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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여론조사 집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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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여론조사 집착증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1.0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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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021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1년 조금 더 남았고 굵직굵직한 보궐선거도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선거에 집중되고 각 정당들도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국내 언론사들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끝없이 내놓고 있다.

결과는 대체적으로 비슷하지만 일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같은 사람들을 여론조사 대상에 올림에도 불구하고 오차 범위 밖에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나라 일부언론에서는 신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차기 대선주자에 대한 여론조사를 주간, 또는 월간으로 실시한다. 현직 대통령이 새로운 국정을 구상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차기 주자가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주자가 부상되면 국회의원 선거와 보궐선거 지방선거 등에 줄서기로 나타나 권력의 재생산에 집중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단순히 국민들에게 흥미를 가져다 줄 뿐 실제 정치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지도자가 여론조사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진정성 보다 개인의 권력을 채우기 위한 집착증에 불과할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여론조사는 최근에 펼쳐진 것이 아니다. 이미 해방 직후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아직 세간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미난 결과가 있다.

여운형 33% / 이승만 21% / 김 구 18% / 박헌영 16% / 김일성 9% / 김규식 3%

1945년 선구회가 조사한 ‘조선을 이끌어 갈 양심적인 지도자’ 여론조사 결과이다. 선구회(先驅會)는 일제강점기 문화계몽운동 단체로 월간지 선구(先驅)를 발행했으며 그해 12월호에 여론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해방직후 가장 인기 있는 지도자는 몽양 여운형이었다. 당시 여론조사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몰라도 양심적인 지도자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던 것은 여러 문헌에 잘 기록돼 있다.

여론조사 결과 몽양은 ‘일제시기 최고 혁명가’와 ‘조선을 이끌어갈 양심적 지도자’를 묻는 질문에서 각각 19.9%와, 33%를 차지해 죄고 득표를 기록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명시된 최고 지도자의 자격으로는 국제정세에 정통, 조선사정에 통달, 가장 양심적 과학적 조직적 정치적으로 포용할 아량을 가질 것 등이 제시됐다.

지금과 같은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을 선출했다면 대통령은 누가 됐을까? 여운형이 주장한 좌우익이 합의해 통일정부를 수립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거를 치렀다면 한반도의 운명도 큰 역사가 됐을 것이다. 1945년 해방이후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펼쳤던 좌우합작운동은 1947년 여운형의 피살로 막을 내렸지만 남북한 정치사에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남한정부를 대표했던 이승만은 오차범위를 벗어난 21%에 그쳤으며, 북한정권을 수립한 김일성은 고작 9%에 불과했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 여론조사 1위와 상관없이 남북에서는 각각의 지도자가 선출돼 75년의 분단역사를 남겼다.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권은 이낙연대표와 이재명지사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특별히 부각되는 사람 없이 모두 한자리 수에서 머물고 있다. 누구하나 선명하지 않은 탓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갑자기 등장해 1위와 2위를 오르내리며 강력한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의 부상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반발과 야권후보 부재에 따른 충동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윤 총장에 대한 평가는 그의 임기가 끝나는 7월 이후에야 정확할 것이다. 물론 선택은 본인이 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불출마 했으면 하는 바람이 강하다. 정의와 소신을 가지고 검찰의 소임을 다한 멋진 검사로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연초 이낙연 대표의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검토 발언도 중요한 이슈이다.

좌우와 진보 보수로 갈라진 우리나라 정치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총대를 메어야 한다. 조직과 당에 누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라 용기 있는 판단이다. 계속해서 진영논리만 따져 정치를 한다면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좌우로 나누어진 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제는 통합해야 한다. 언제까지 전직 대통령이 퇴임 후 감옥에 가고, 전직 정부 관료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역사를 되풀이해야 하는가? 이제는 악의 고리를 끊고 서로 용서하고 화합하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 이는 가진 자가 베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차기 대권에 대한 권력욕을 내려놓고 통합과 화합을 위해 진정성을 보인다면 우리나라의 역사는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누군가가 그 역사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여론조사 결과에 집착하는 충동적 포퓰리즘의 증세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가 되길 2021년 새해에 주문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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