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레임덕(lame d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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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레임덕(lame duck)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1.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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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 그때부터 하는 일마다 골칫거리가 생긴다. 가장 강한 것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법도 없다. 정치도 예외일 수 없다. 모든 권력은 레임덕에 빠진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빨리 알아차리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변화가 시작될 때는 생각이 먼저 변하고, 어떤 집단에 문제가 생길 때는 그 내부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한다.

모든 일엔 전조(前兆)가 있다. 사전 경고를 무시하면 파멸로 치닫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벌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아귀다툼 등은 국민 부아를 돋우는 불쏘시개가 됐다.

법치주의 수호의 보루가 돼야 할 법무부 장관이 앞장서 법의 지배 원리를 무너뜨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2300여 년 전 권력을 업고 불의를 휘두르는 이들을 단죄했다. “인간은 완성됐을 때는 가장 훌륭한 동물이지만 법과 정의에서 이탈했을 때는 가장 사악한 동물이다. 무장한 불의는 가장 다루기 어렵다”

레임덕(lame duck), 직역하면 ‘다리를 저는 오리’다. 절름발이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정치 용어로는 임기 종료를 앞둔 대통령 등 지도자나 공직자의 통치력 약화, 즉 권력 누수(漏水) 현상을 말한다.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떨어진 국정 장악력을 비유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큼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레임덕이라는 말이 최근 들어서 스멀스멀 회자되고 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레임덕은 임기말로 갈 수록 필수처럼 다가온다.

현직 대통령의 친인척과 정책 집행과정에서 비리가 서서히 들어나고 현재권력보다 미래권력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집권 4년 차를 맞으면서 모두 같은 전철을 밟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안 그랬다. 집권 4년차에 접어들 무렵인 지난해 5월 초에 70%대를 돌파했다.(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참조; 2020년 5월 6∼7일) 당시 문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코로나19 대처’였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선진국 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훨씬 적게 발생했고, 이는 정부의 방역정책이 더 앞섰기 때문으로 국민들은 판단했다.

이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 의회권력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문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됐다.반면 역대 대통령들은 같은 시기에 노태우 대통령 12%,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27%, 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 40% 초반대에 머물렀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던가. 콘크리트 같던 문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근 들어 무너지고 있다. 지난 12월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로 떨어졌다. 문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원인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등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 코로나 19의 3차 유행과 백신 늑장 확보 논란 등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정부가 그토록 자랑했던 K방역이 3차 대유행으로 빛을 잃은 것이 됐다.

만약 여기에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하면 문 대통령의 레임덕은 더욱 가속화 될 수 있다. 사실 레임덕를 가속화 시키는 것은 지지율 하락이나 야당의 공세때문이 아니다. 레임덕 현상 중 가장 대통령에 아픈 부분은 여당의 대권 후보자가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급기야 탈당 압력을 넣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집권당으로부터 탈당 청구서를 받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백년정당을 목표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했으나, 대선의 해였던 2007년 2월 스스로 탈당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2002년 5월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김영삼 대통령 또한 대선을 불과 한 달 앞둔 1997년 11월 같은 당 후보인 이회창 캠프에서 탈당을 요구, 당적을 정리했다.

현재 여당에서는 이낙연 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유력 대권후보에 올라있다. 이들 모두 친문(문재인)계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대선이 1년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이들 이외에 다른 대선주자가 나올 수도 있다. 여당의 주류인 친문계가 제3후보를 내세운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여당의 후보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고, 문 대통령의 존재감은 점점 사라질 수 밖에 없다.코로나19로 마스크에 결박당한 경기침체에도 이전투구만 벌이는 정치판에 국민은 진저리친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서민은 쳐다보지도 못할 꿈이 됐다. 아우성은 북악산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닿지 못했다. 민심에 귀를 닫고 버틴 정권은 없다. 지지율 폭락은 레임덕의 선행 지표다. 한편으론 민심이 주는 마지막 기회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레임덕이냐 부활이냐는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대응과 결과가 이를 결정한다. 이는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 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의 레임덕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적으로 청와대와 여당은 자코뱅당식 개혁논리를 멈추고 진지한 자성과 함께 내부혁신에 전념해야 한다. 대통령의 레임덕 위기를 불러들인 당정청의 책임있는 인사들은 스스로 물러나고 근신하는 게 마땅하다.

잘못된 개혁논리로 정쟁과 위기를 불러들인 추미애 장관, 청와대 소속의 비서실장, 민정수석, 인사수석 그리고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조국·윤미향을 비호한 586출신 의원 등의 책임이 무거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제의 내각제 운영모순’을 멈추고, ‘중도통합인사 중용’과 ‘민생경제살리기 여야 협치운영’ 등 과감한 인적쇄신과 국정쇄신으로 레임덕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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