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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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의 근간이 무너졌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1.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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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모범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사태가 발생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6일 폭도로 돌변해 의회 창문을 부수고 난입해 미국 의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250여 년에 이르는 미국 역사상 의사당이 개별적인 테러나 시위에 노출된 적은 거의 없었다.

적의를 품은 세력에 의해 점령된 것은 1814년 영국군의 워싱턴DC 침탈 이후 100여 년 만에 처음 벌어진 일이다.

미국을 입장을 지지하고, 우호적인 유럽국가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개발도상 국가들에서도 보기 드문 의회 난입 사태가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을 보필했던 각료들조차 등을 돌리고 잇따라 사표를 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 이후 가장 먼저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 장관이 물러났다.

7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차오 장관은 의회 난입 사태를 거론하며 “대단히 충격적이고 전적으로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그저 밀쳐둘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매우 괴롭힌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의회난입을 선동했다는 비판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과 서둘러 결별한 셈이다.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믹 멀베이니 북아일랜드 특사는 이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사임 소식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스테퍼니 그리셤 영부인 비서실장, 라이언 털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 등이 잇따라 사임했다.

또한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등 여러 참모가 사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상대 당인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트럼프 참모진이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 자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해 “시위 아닌 폭도로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은 “의회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끊임 없는 공격의 결과”라면서 “미국 대통령들은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 일부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을 두고 ‘트럼프의 의도적 쿠데타 시도’로 보는 시각이 유럽에서 나온다고 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프랑스 등 유럽국가 안보 관련 관리 3명을 인용해 ‘이 사건의 정황상 우발적인 폭력 사건이라기보다 대선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에 따라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의사당 경호를 담당하는 일부 연방 기관도 최소한 묵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프랑스의 경찰 관계자는 이날 난입을 쿠데타 시도라고 부를 수 있는 정황으로 경찰의 어설픈 대응을 꼽았다.

의사당 안팎을 경호하는 경찰의 엄격하고 훈련된 ‘프로토콜’과 다르게 대응한 점은 이번 난입 사건을 결과적으로 최소한 방조한 책임이 있고,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닐 수 있다고 했다.

의사당 보안을 담당하는 의회 경찰은 주변에서 시위가 예정되면, 연방 정보기관, 주 경찰, 주 방위군과 조율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번엔 이 과정이 아예 없었거나, 너무 늦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뒤 의사당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그만두라고 사실상 말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미국이 자초한 혼돈의 순간이 오면 중국, 러시아 등 독재자를 돕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미국 사태는 민주주의 역사가 깊고 정비된 제도를 갖춘 나라라고 할지라도 선동적인 정치 지도자, 그를 맹신하는 극렬 지지층이 민주주의 토대를 언제든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은 수많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왔으나 정치 지도자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를 생각하게 한다.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폭력적인 극단주의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미국도 더욱 제도를 완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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