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28] "왜 세상 살기가 이리도 힘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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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28] "왜 세상 살기가 이리도 힘들지요?"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1.13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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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일(1967년생)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2011년 ‘문학의 봄’ 으로 등단.

<함께 읽기> 지난 일요일 오후 형 아우 하면서 지내는 승주사는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나 순천 나왔소. 돼지 뒷고기에 소주 한잔하게 XX로 나오소” 그는 고교 졸업 후 건축일 가운데 ‘섀시‘ 일을 배워 하루 일당 25만원의 고급 일꾼이지만 코로나19로 일이 적어 쪼들리는 처지다.

나도 소주에 뒷고기 생각이 나기에 약속을 했더니 함께 일하는 사람과 같이 오겠다고 했다. 함께 온 사람은 후배의 친구로 일감이 있을때 보조역을 하며 섀시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밥보다 술이 고픈 그들은 뒷고기가 구워지기도 전에 술부터 마셨는데, 술이 들어가니 처음 어색한 분위기는 이내 사라지고, 함께 온 그도 나를 형이라 부르면서 아주 오래 전부터 아는 양 편해졌다. 술이 오르면서 편한 사이로 아무 말이나 해대는 사이가 됐다. 후배가 먼저 이런 투로 말을 꺼냈다.

‘우리는 섀(혀)가 빠지게 대갈빡 터지게 일해도 하루 벌어먹고 살기가 힘든데, 공무원들은 편하게 일하다가 은퇴해도 연금을 두둑이 받아 잘먹고 잘산다’는 혀꼬부라진 소리다.

나는 우선 인정했다. 시에서 처럼 “책상머리에 앉아서 / 밥 먹고 사는” 비교적 편한 일을 한 나와 이들은 건설노동판에서 거친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름의 해명도 했다.

쉬운 일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남 보기에 쉬워 보이나 공무원 그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하다고. 그 정도의 해명이 먹혀들지 않아 거칠어지려는데 중간에 분위기를 잘 다독거려 기분 나쁠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다만 함께 온 그가 나중에 술이 취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난처해졌지만.

술만 취하면 우는 주사(酒邪)를 가졌다는 그가 울면서 내뱉은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하다.

“왜 세상 살기가 이리도 힘들지요. 우리 같은 사람이 최소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이 좀 도와주면 안 되는가요? 없는 사람만 자꾸 힘들어지는 ㅈ 같은 세상!” 욕으로 매듭짓는 끝말에 아무 말도 못했다. 마침 그날은 시에서처럼 “문 밖으로 / 밥 굶은 짐승처럼 바람이 우는” 몇 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가 휘몰아친  칼칼한 밤이였다. 술을 마셔도 밥 한 공기 뚝딱 해야 되는 체질에도 밥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더불어, 밥 생각 / 잊기 좋은 날”이기도 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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