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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중수소에 대한 언론에서 보도된 숫자들의 분석 과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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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중수소에 대한 언론에서 보도된 숫자들의 분석 과학적 고찰
  • 서울본사
  • 승인 2021.01.1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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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화학과 김영독 교수
김영독 교수
김영독 교수

최근 월성 원전 주변의 삼중수소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가 되고 있다. 삼중수소는 수소의 한 종류인데, 일반적인 수소와는 달리 그 붕괴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삼중수소가 인체에 유입될 경우 내부 피폭에 의한 인체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2019년 4월 월성원전 지하수 배로의 맨홀에 고인 물에서 1리터 당 71만 3천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는데, 이는 배출관리기준인 리터당 4만 ㏃을 훨씬 넘는다. 그런데, 민간감시기구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체내 소변 검사에서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3.11㏃/l, 최대 16.3㏃가 나왔고 이는 대조군인 다른 지역 주민들의 검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연간 일반인의 선량한도 제한치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먼저 언론에 나와 있는 분석 결과들과 삼중수소에 대한 과학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71만 3천 ㏃(베크렐)이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을 해보기로 하였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4500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반감기와 위에서 언급한 71만 3천㏃(베크렐)이라는 숫자를 대학교 일반화학에서 배우는 몇 가지 공식들에 대입하여 계산해보면, 월성원전 3호 맨홀의 고인물 1리터에는 삼중수소 원자가 400 조개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연에 존재하는 물 1 리터당 삼중수소 원자는 대략 6천7백 만개 정도이니 원전 배출수에서 자연상태보다 수백만배 이상 많은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의 방사선 물질이 해당 원전의 지하수 배로에서 발견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이 오염된 물이 모두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정보는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데, 이 오염수가 실제로 배출이 되지는 않았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도 있다.

일부에서는 해당 원전 인근 주민들의 피폭량은 바나나 몇 개의 피폭량에 불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사실 삼중수소 이외에도 자연에는 다양한 방사능 물질들이 존재하는데, 바나나에는 칼륨-40 이라는 방사성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칼륨의 0.012 % 정도는 방사성 물질인 칼륨-40이고, 큰 바나나 하나의 방사성 붕괴는 대략 18 Bq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원전 주변 지역민들의 소변 검사 결과치보다 더 높은 것으로 결국 원전 주변의 방사성 물질 노출량은 바나나 몇 개에 불과하다는 논리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체의 삼중수소 생물학적 반감기는 12일에 불과하다고 하니, 인체에 삼중수소가 유입이 되었더라도 몸 안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 본다. 만약 일시적으로 원전의 배출수에 과량의 삼중수소가 함유되어 있었고, 그 삼중수소에 노출된 주민들이 노출 시기로부터 상당기간이 흐른 뒤, 즉 인체에 순간적으로 높은 농도의 삼중수소가 유입되고 체외로 배출된 뒤에 소변 검사가 이루어졌다면, 그 소변 결과로부터 삼중 수소의 영향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없지는 않을까? 또 다른 의문이 드는 것인 과연 리터당 4만 ㏃ 이라는 배출 관리 기준은 어떻게 결정된 것인가이다. 아마도 이러한 배출수는 과량의 물과 희석될 경우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그 오염도가 떨어질 것이며, 지하로 유입되는 원전 배출수의 기준은 없다고 일부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필자는 핵화학 또는 핵물리학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며, 또한 방사성 물질에 의한 인체의 영향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의학 전문가 또한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내용에 대해 강고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화학을 전공하였으며 다양한 화학적인 분석에 익숙한 필자의 판단으로는 검사된 월성원전 지하수에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포함되어 있었음이 분명하다. 더 나아가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는 소변검사 결과만으로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삼중수소에 대한 영향이 미비하거나 없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보인다 (물론,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도 없다). 다양한 과학 분야의 전문가 절대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과학적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의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를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환경 문제는 결국 과학만의 문제도, 정책만의 문제도 아니며 그 둘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것 같다. 과학자는 과학의 불확실성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를 받아들이고, 그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한 과학적 연구를 해 나가야 할 것이고, 정책은 여기서 도출된 과학의 결과를 토대로 실현되어가야 할 것이다.

바나나와의 비교를 비롯한 다양한 토의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일단 유보하지만, 원전 지하수 배로의 고인물이 방사성 물질로 심각하게 오염이 되어있었다는 것, 이 하나만큼은 자명해 보인다. 먼저, 다른 토의들은 일단 다 제쳐두고, 그 오염수가 정말 원전 밖으로 유출이 되었는지 아니면 원전 내부에서 100 % 수거되었는지를 규명하는데 먼저 힘을 모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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