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54] ‘지방’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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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4] ‘지방’은 어디로 갔을까?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1.2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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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역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자괴심 그 이상이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국정 현안에 대한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에 의미를 두지만 실상은 국정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알린다는 측면이 더 강하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여야가 극과 극의 평가를 내놓은 것도 소통보다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생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정된 시간이라 하더라도 국정의 전반에 대한 허심탄회한 생각과 기자들의 질문이 균형있게 이뤄져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임 대통령인 박근혜 때와 달리 기자들과 일문일답이 짜여진 각본에 따른 연출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정 전반에 대한 그의 신념과 생각을 밝히며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이번 기자회견은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데 많은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에서 여느 신년 기자회견과 달랐다.

그동안 여권의 비판을 받아 온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월성 원전 감사를 놓고 여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서도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았다.

조금 더 일찍 자신의 생각을 밝혔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분명한 의사표시로 상황을 정리한 것은 다행스럽다.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의 사면론을 두고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과거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합당한 정리로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국민들이 다 같이 만족하기 어렵겠지만 갈등 이슈를 잠재우고 코로나19 방역과 경제회복에 전력을 쏟으려는 모습을 보인 것은 대통령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당연히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던 지방과 관련된 현안은 하나도 거론되지 않았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번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27명(현장.온라인 24명, 채팅 3명)의 기자가 예정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123분 동안 대통령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고, 이 중에는 지역 언론사(수도권) 소속의 기자 1명이 있었으나 ‘지방’은 어디에도 없었다.

발언권이 주어진 기자들이 지방 현안에 대한 문제를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할 사안이 아니다. 여느 때 같으면 특정 주제나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으면 진행자가 자연스럽게 질문을 유도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사전에 정해놓은 분야별 질문도 방역·사회·정치·경제·외교·안보 등으로 분류돼 지역이나 지방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 현안 문제를 선택의제가 아니라 필수의제로 포함해 왔다. 평소 국가균형발전을 신념으로 갖고 있고 동시에 국정의 주요 현안으로 삼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취임 후 첫 신년 기자회견이었던 2018년에는 ‘지방이 골고루 잘살 수 있는 지방분권 방안’에 대한 질문이 있었고, 이듬해에는 ‘지역 활력 프로젝트와 예비타당성 조조 면제 선정 기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또 지난해에는 ‘지역 경제 활력을 위한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방침’에 대한 질문이 나와 대통령의 지방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읽을 수 있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지역 기자들도 질문을 좀 했으면 좋겠다”며 특별히 질문 기회도 부여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지역과 관련한 많은 공약을 내놨고 ‘균형발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었을 뿐만 아니라 틈만 나면 국가균형발전을 역설해 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삼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가겠다”며 “오랫동안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성장 전략을 취해온 결과 수도권은 비대해진 반면 지방은 낙후되고 피폐해졌고, 수도권 1등 국민,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고 까지 역설했다.

이듬해인 2018년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성장은 지역에서 시작한다. 243개 지방자치단체 하나하나의 성장판이 열려야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신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국가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지역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자괴심 그 이상이다.

내년 3월에는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년 기자회견은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이다. 달리 말해 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을 점검할 만한 기회였으나 정작 ‘지역’은 실종된 셈이다. 지방의 소멸, 이대로 두고만 볼 것인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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