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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팬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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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팬덤정치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1.2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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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1년 조금 더 남았다. 내년 3월9일 차기 대통령선거를 실시해 5월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보다 임기 말 지지율이 높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보수와 진보 논객들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을 옹호하던 인사들도 조금씩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진보진영에 있던 인사들은 표적을 변경해 문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보다 강도 높게 시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촛불혁명을 통해 집권한 문 대통령은 임기 초 80%대의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 비록 대통령선거에서는 41%의 득표율을 보여 과반을 넘지 못했지만 그가 내세운 ‘적폐청산’이 국민적 호응을 얻어 그 어느 때보다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강했다.

전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이 국민적 저항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희망도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정의와 공정 등을 모토로 출범한 문 정권은 사회 곳곳에 대한 개혁의 칼날을 휘두르며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때로는 청와대 참모와 정부부처 장관 인사에 대해 실망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지지자들의 응원으로 무난하게 넘어갔다. 대통령이 임명한 참모들의 위장전입과 탈세 자녀이중국적 등은 전 정권 인사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개혁이라는 명분아래 용서가 됐다. 물론 야당과 반대하는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문 대통령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선거 당시 4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야당인 홍준표 후보가 24%, 안철수 후보가 21%의 득표율을 보였다. 문 후보와 2위인 홍준표 후보와의 차이는 무려 17%포인트였다. 17대 대선당시 이명박 정동영 후보가 22.53%포인트 차이로 당락이 갈린 것과 비교하면 1987년 민선이후 두 번째 많은 표 차이가 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얻은 표는 비록 과반을 넘지는 못했지만 취임과 동시 적폐청산을 시도해 많은 과거 정권 인사들이 시련을 겪었다. 어떻게 보면 보복정치로 보일 수 있었지만 법 앞에 권력을 잃은 자들은 적폐대상이었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린 신세가 된 것이다.

언론은 연일 과거정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고 검경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적폐청산의 깃발아래 하나가 됐다. 때문에 사회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현 정부에 대한 인사들의 비위사실도 곳곳에서 생겨났다. 일부는 청와대와 주요 요직을 떠나기도 했으나 책임을 묻기 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부동산 정책은 역대 정권 가운데 최고조의 집값 상승을 기록할 만큼 가장 실패한 정책이 됐다. 그럼에도 청와대 주요 참모와 정부부처 고위직은 강남권에 집 한 채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분노를 샀다.

임기 5년의 짧은 기간 대통령이 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수 십 년이 걸리고 수 조원이 동반되는 주요 국책사업은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중단되거나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시대변화에 따라 약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국민세금으로 건설된 주요 국가시설에 대한 사업은 더더욱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가 중단된데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두고 감사원장을 공격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감사원마저도 정치화 되는 것이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감사원도 정권의 손아귀에 넣어 입맛에 따라 움직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공직사회와 공직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각종 정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감사원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으면 그 나라의 감사원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본인에게 불리한 감사결과를 두고 감사원장을 정치화 하는 것처럼 비판하면 지나친 정치공세이다.

팬덤정치라는 말이 있다. 팬덤(fandom)의 팬(fan)은 라틴어로 ‘광신자’를 의미한다. 광신자는 말 그대로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이성적인 말이 아니라 좋고 나쁨을 가리는 감성적인 말이다. 지지자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이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팬덤정치를 즐기는 지도자들은 지지자들을 절대적인 우군으로 생각한다.

반대파의 목소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들 때문이다. 비록 소수의 지지자들이라도 강한 목소리를 내고 여론을 만들어 갈 때 지도자는 그들의 힘을 빌려 정책을 펼쳐간다. 하지만 지나치게 팬덤정치에 의존하다 보면 결국은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팬덤이라는 쉬운 길로 표를 모으고 집권할 수 있겠지만 자칫 강성지지자들의 허수아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팬덤정치는 정치시스템과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라고 생각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국회 의석수와 많은 지지자들도 중요하지만 침묵한 다수의 목소리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과 민주당이 독주하라고 표를 준 것은 아니다. 과거 정권이 잘못했으니 이제라도 공평하고 정의롭게 잘 하라고 표를 준 것이다. 이제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그의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소통과 통합의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길 주문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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