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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어느 택시기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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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어느 택시기사 이야기
  •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 승인 2021.01.2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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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우리집은 서울에서 고지대에 있다. 그래서 택시를 타게 되면 늘 기사 아저씨들이 불평 불만을 하곤 한다. 오늘도 퇴근길에 택시를 탔는데 마침 핸드폰 벨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기사 아저씨가 조용히 라디오 볼륨을 줄이는 것이 저에 대한 배려였다. 저는 처음으로 남을 배려하는 기사 아저씨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통화를 끝낸 후,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 갔다.

기사 아저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종업원이 꽤 많은 회사를 운영한 사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경기가 안 좋아지고 나이도 많아지면서, 회사를 정리하고 그냥 집에서 쉬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아내를 비롯하여 식구들도 다 반겼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되면서 아내와 마찰이 시작된 것이다. 늘 붙어 있으니까 왜 그렇게 보기 싫은 일들이 많아지는지 그렇다고 산에 가는 것도 한, 두번이지 매일 산에 갈 수는 없는 일이고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한 두번이지 어디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니 매일 다툼만 일어났다.

그래서 가진 재주는 운전실력 밖에 없어 몰래 택시 운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작정 택시 회사를 찾아가 사장님과 면담을 했다.

택시회사 사장님은 CEO까지 하신 분이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결심이 확고하면 열심히 해 보라면서 흔쾌히 차 열쇠를 내줬다.

지금 생각하니 사장님은 나에게 은인이다. 돈의 소중함을 알게 해 주고,행복을 알게 해줬다. 그동안 살면서 모두 나에게 돈을 달라고만 했지, 돈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회사 직원들도 그렇고, 식구들도 그렇고, 나는 돈을 주는 사람이고, 그들은 돈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나에게 돈을 주는데,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저는 돈을 주는 손님들에게 늘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당신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분들이다. 저는 아내에게 매일 2만 원씩 용돈을 준다. 내가 일을 마치고 새벽 4시경에 집에 들어 가면, 아내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온갖 맛있는 것을 다 대접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늘 다투기만 했었는데, 지금은 다툼은 커녕 행복한 대화뿐이다.

저는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있는 돈만 쓰고 남은 인생을 낭비하기는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너무 답답하고 시간 보내기가 힘들고, 식구들과 마찰만 생기고 그런데 지금은 돈도 벌고 일도 하고, 수많은 손님들과 대화도 하고 너무나 행복했다.

저는 운전하면서 철칙을 하나 세웠습니다. 손님들에게 절대로 먼저 말을 걸지 말자. 손님들도 지금 이 순간이 다 중요한 시간인데...쉬고 싶은 사람, 잠을 자고싶은 사람,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고 싶은 사람, 그들을 배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은 생각하지도 않고나만 좋다고 아무 생각 없이 정치가 어떻고, 사회가 어떻고, 대통령이 어떻고…제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 분들에게 열변을 토합니까?

저는 손님들이 먼저 말을 걸어 오면 대답을 하면서 대화를 해야 할 분인지 아닌지를 가늠하고 대화를 시작한다.

저와 대화를 마치고, 차에서 내리면서 잔돈을 팁으로 주고 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고 받는 그런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 나는 행복이란 저 높이 있고, 많은 돈에서 나오고, 많이 배우고, 권력과 힘이 있어야만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바궜다. 행복은 사소한 곳에서, 작고 조용한 곳에서도 얼마든지 생기고 샘솟는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오히려 손님 중에는 돈도 많고 많이 배운 것 같은 사람들이 더 불행해 하고, 안절부절 하고, 매사가 급하고 성질을 참지 못하고. 살아가는데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

오늘도 제 차를 타주신 손님께 감사드린다. 저는 그 차에서 내리면서 행복의 정의를 생각해 봤다. 내 행복은 과연 어디에서 올까요? 먼 데서 찾지 마십시오!

상대가 나에게 좋은 일을 먼저 해주기 전에 내가 먼저 상대를 찾아가서 마음을 터놓고 사랑스럽고 다정스런 이야기를 먼저 하게 되면 상대도 나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함께 맞추어 주는 것이 사람이고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이었다.

제임스 오펜하임은 어리석은 자는 멀리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자는 자신의 발치에서 행복을 키워간다고 했다. 지금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이지만 희망을 잃지 마시고 다들 힘내시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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