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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29]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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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29]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1.27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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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순 시인(1950년생)
경북 봉화 출신으로 1977년 '아동문예'를 통해 동시인으로, 이후 '자유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

<함께 읽기> 혹시 이 시를 읽으며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란 시를 떠올린 분들이 한둘 아닐 게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높이 서 있는 굳건한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다. 그래서 웬만한 바람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높이로, 그 뿌리로 자라기까지 그냥 시간만 흘려보낸 건 아니다. 때론 홍수와 태풍을 맞으며, 때론 강추위와 눈보라에 상처를 남기며 가지와 잎사귀를 다 버리는 위기도 겪어야만 했다.

“상처를 믿고 / 맘놓고 새들이 집을 짓는다” 새들이 자기들의 보금자리를 만들 때는 가능한 큰 나무를 찾는다고 한다. 상처를 입고 자란 큰 나무일수록 가지가 잘 부러지지 않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부족함 없이 곱게 자란 사람보다 시련과 역경을 겪어낸 사람이 더 인간적이고, 기대고픈 마음이 일어난다.

“흔들린 만큼 / 시달린 만큼 / 높이와 깊이를 가지는 상처” 바람에 많이 흔들리면 흔들릴수록 나무는 뿌리를 깊게 내리려 한다. 그래야 흔들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위기가 올 때 그 아픔을 많이 겪어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극복의 결과 면에서는 훨씬 낫다고 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큰 상처일수록 / 큰 안식처가 된다” 이런 시구 하나만 머리에 새겨 두어도 코로나19로 찌든 삶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게다. 내면적 깊이가 더해 갈수록 보이는 외면적 높이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갈수록 힘들다. "큰 상처일수록 / 큰 안식처가 된다” 하지 않는가.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혹 다음 올지도 모를 난관을 쉬 이겨낼 수 있을게다. 이웃의 상처를 보듬어줄 줄 아는 마음이 꼭 필요한 때가 코로나 정국 바로 지금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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