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교(胎敎)
상태바
[기고] 태교(胎敎)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1.29 0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여성지를 보면 태교에 대한 글이 곧잘 나온다. 태교음악, 태교운동, 태교음식 등 구태에 젖어있는 나 같은 사람이 생각할 때는 검증도 되지 않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헛되이 투자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제 성격과 팔자는 타고 나는 것이지, 산모의 노력으로 태어나는 아기가 변한다면 어느 누군들 태교를 등한시 하겠는가 반문하고 싶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들이 하는 짓을 보니, 내가 확고하리만치 가졌던 태교무용론에 서서히 회의가 생겼다. 딸아이를 뱃속에 가졌을 때는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뱃속의 태아보다 당장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처지가 위태로움을 받았다. 태아에 제대로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때 태어난 딸이 지금 직장에 다닌다. 딸아이는 누구의 간섭도 원치 않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둘째 녀석이 뱃속에 있을 때였다. 그때는 살림이 폈다기보다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모이지도 않는 돈을 갈구하지 않고 마음을 비울 때였다. 첫째와는 달리 음식물을 섭취해도 야채류보다 육류를 즐겨 섭취하는 것을 보고, 사내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사람은 불러오는 배를 안고 늦은 나이에 애를 낳는 것이 쑥스러운지, 누가 얘기라도 건네면 빙긋이 웃고는 했다.

하루는 읍내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 중에 후배의 레코드 가게에 들렀다. 후배는 없었고 뒤돌아 나오기가 멋쩍어서 생각에도 없는 CD 한 장을 구입했다. 가로등에 비추어본 태교음악이라는 표제에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아 꺼림칙했다. 태교무용론자라는 이미지에 금이 가는 기분이었다. 아내는 불룩 나온 배를 안고 태교라는 소리에 혹하여 연신 CD를 틀어댔다. 몸에만 좋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연신 약을 들이키려는 사람들처럼, 태아에 좋다하여 시간만 나면 전축을 틀어댔다. CD 특성상 새로 음악을 들을 때마다 첫 번째 곡이 나와서, 어떤 날은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열 번 이상 들을 만큼 그 곡은 아내의 출산일까지 우리 집의 지정곡이 되다시피 했다.

불룩한 아내의 배가 어느 날 꺼질 때까지 ‘사랑의 기쁨’은 우리 집에서 참으로 지긋지긋하게 울렸다. 아들의 탄생과 함께 ‘사랑의 기쁨’이 우리 집에서 사라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곡이 우리 집에서 사라지리라는 것은 나의 요망사항이라는 것을 애를 낳은 후에 알았다. 녀석이 울다가도 그 곡만 나오면 벙글거리고 웃니, 그 곡은 우리 집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흘러나왔다.

생각다 못해서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녀석이 울기 시작할 때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을 들려주었다. 내가 보기에 제목이 똑같아서였으나, 녀석이 듣기에는 곡이 다른지라 울음소리가 그치지를 않았다. 결국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을 듣고 서야 입을 벙긋거렸다. 순간 나는 느꼈다. 태교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실증했다.

아내는 애가 뱃속에 있을 때 자주 미소를 지으며 웃고는 했는데 지금 자라나는 녀석도 벙글거리기를 잘한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하는 말이 있다. 녀석 학교에서 체벌을 받을 때도 벙긋거려서 웃는 낯에 침 맞는 격으로 남 안 맞는 매를 맞고는 한다. 녀석이 웃는 것도 좋지만, 때와 장소를 봐가며 웃어야지 눈치 없는 것은 제 아비하고 어쩌면 그리 똑같은지, 씨 도둑질 못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알겠다.

똑같은 뱃속에서 나온 아이들이 환경의 차이가 좀 나기로서니 저렇게까지 환경에 따라 성격이 형성될까 싶었다. 태교를 등한시 했던 것이 뒤늦게 후회가 되었다. 이들 녀석 둘이 지금은 커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진정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건전하며 건강한 사람이 되어 나갈 수 있을지 책임감이 느껴진다.

가정에서 성장기를 우리 아이들에 맞춰보니 임신기간으로 따진다면 4개월째 태아의 형성기라 할 수 있다. 아이를 밴 여자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가는 일. 일종의 태증교육으로 한때 비과학적인 미신이라고 치부되었으나 태내환경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가정이라는 태속에서 태교를 잘하여 아이들이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건강한 일꾼들로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 부모의 책임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