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포맷 표절시비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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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방송포맷 표절시비 우려가 현실로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1.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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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트로트는 오래전부터 KBSTV 전국노래자랑과 가요무대에서 많이 불리우며,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우리나라 국민의 애환을 담은 ‘한’과 ‘흥’이 트로트 가사에 녹여있어 사람들은 가사 전체를 제대로 알지 못 할 경우에도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리면서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가수들은 스타반열에 올라 특정상품의 모델로 뽑혀 가기도 하고, 각종 행사에 초대를 받아 수입 또한 짭짤하게 올리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기획한 특정 프로그램이 히트하면서 흥행이 잘 되면, 그밖에 다른 방송사에서 비슷한 프로를 만들어 방송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행으로 돼왔다.

지금껏 방송되지 않은 특정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하는 것은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여, 한 작품을 시청자 앞에 내놓고 심판을 받는다.

방송사의 PD와 작가 등 스테프 진이 몇 달 또는 몇 년에 걸쳐 만들어 내놓는 특정 작품을 힘들이지 않고 다른 방송사에서 포맷을 베끼거나 표절을 하게 되면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내 방송사들은 작품 성격이 비슷하지만 똑같지만 않으면 서로 양해하고 시비를 가리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지난해 종합편성채널(종편) TV조선이 그간 기획, 방송했던 ‘트로트 예능’이 대 히트를 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시작하자 다른 종편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트롯 예능 프로를 제작 방송하고 있다.

TV조선의 ‘미스·미스터 트롯’의 대 흥행 이후 트로트 예능이 범람하자, TV조선이 비슷한 포맷을 선보인 타 방송사에 포맷 표절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동안 방송가에서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봐야 한다. TV조선은 1차로 MBN에 ‘보이스 트롯’이 자사의 ‘미스 트롯’과 ‘미스터 트롯’ 시리즈를, ‘트롯 파이터’가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 포맷을 표절했다고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며, 조만간 소송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보이스 트롯’과 ‘트롯 파이터’ 재방송 금지 소송과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TV조선 측은 국내 방송사 간 표절 소송이 벌어진 것은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 관련해서도 “방송사의 독창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태는 트로트 예능이 지나치게 많이 제작된 데 따른 폐해로 지적되기도 한다.‘미스·미스터 트롯’이 시청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지상파는 물론 대부분의 방송사가 트로트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할 정도로 관련 장르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게 사실이다.

꼭 트로트 예능이 아니라도 하나가 잘되면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포맷을 내놓는 경우는 이전부터 국내 방송가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었다. 여행 예능과 먹방, 스타 가족 출연 등으로 대표되는 스타 관찰 예능이 대표적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MBN 관계자는 TV조선의 소송 제기에 대해 “방송 시기를 보면 표절이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혀 양측 갈등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젊은이 사회에서는 랩과 팝 장르를 선호하면서 우리 고유의 전통 가락인 트로트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뒷전으로 밀려났던 트롯이 지난해 TV조선이 ‘미스 트롯’을 시작으로 ‘미스터 트롯’을 시리즈로 방영하면서 대중들의 큰 관심과 시선을 다시 끌기 시작했다.

이 방송에서 트롯 붐을 일으키기 시작하자, 이어 MBN이 바통을 받아 ‘보이스 트롯’이란 타이틀로 열풍을 이어가다, 이젠 SBS, MBC 등 지상파 방송까지 ‘흙속에 묻힌 옥’인 무명 가수와 신인들을 발굴해 시청자 앞에 내놓고 있다.

신인이나 무명 가수들이 한 방송사에 지원한 숫자는 무려 5000~1만여명이나 된다니, 그 열기가 또한 대단하고 방송 시청률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트롯이 대중에게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한 방송이 TV조선이고, 그 중심에 서혜진 예능국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서혜진 국장은 우리 민족의 ‘한’과 ‘흥’을 젊은 세대에게 팝이나 랩 장르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트로트를 새로운 시각에서 기획·방송하면서 무명 또는 신인가수를 대거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TV조선 측이 MBN을 상대로 소송전까지 불사할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이 사건이 법정으로 가면 한국 방송사에 대변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언론사끼리 다툼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양측이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도출되면, 없던 일로 덮어버리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기에 이번 사건에 대한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다.

TV조선이 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가 되면, 거의 같은 포맷으로 방송하고 있는 종편이나 지상파 방송사가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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