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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새해에는 품위 있는 정치로 변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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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의 세상보기] 새해에는 품위 있는 정치로 변모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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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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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며칠 있으면 민속명절인 ‘설’이다. 양력으로는 2021년(신축년)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12분의 1이 훌쩍 지나간 시점이지만 달(月)을 기준으로 날자를 계산하는 음력으로는 아직 경자년(庚子年)이다. 세월이 유수(流水)와 같다는 말이 실감난다. 설의 세시풍속(歲時風俗)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웃어른을 찾아 세배(歲拜)를 올리며, 가족과 이웃에게 복(福)을 기원하며 덕담(德談)을 나누는 풍습(風習)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날에 풍년(豊年)을 기원하고 모든 액운(厄運)을 물리치고자 하는 농경사회(農耕社會)의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전통이다. 과거 농경사회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로 농사(農事)를 나라운영의 바탕이자 기둥으로 규정했다. 지금은 우리가 농축산어업, 식품, 철강, 자동차, 반도체, ICT, 건설, 항공, 운수, 물류유통 등 다양한 산업으로 분화된 사회에서 살고 있지만 그 전통적 정신기조는 여전히 우리의 삶 깊숙한 곳에 뿌리박혀 있다. 이러한 오랜 전통적 정신기조는 이미 우리의 유전인자(遺傳因子) 속에 확고하게 자리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농경사회의 전통에서 유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흔히 ‘모든 일은 때가 있다’는 속담을 쓰곤 한다. 우리사회 구성원이 어떤 사물이나 사건을 판단할 때 특히 ‘시기(때)’에 대한 인식과 관념의 잣대가 크게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곡식을 심을 때가 아닌데 심거나, 거둘 때가 아닌데 거둘 경우 농사를 망치게 된다는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의 인생도, 삶도 그러하다. ‘태어날 때, 잃을 때, 사랑할 때, 웃을 때, 나아갈 때, 떠날 때, 아플 때, 치유될 때, 죽을 때, 평화의 때’ 등 평생을 거쳐 여러 순간을 마주한다. 태어날 때와 죽을 때를 제외한 다른 여러 순간은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그 시기를 정확하게 알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알 속에 병아리가 부리로 알을 치는 때에 맞추어 어미가 바깥에서 그 알의 바깥 표면을 부리로 쪼아 깨어 주어야 한다”는 줄탁동기(啐啄同機)라는 말도 우리에게 ‘시기(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얼마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나와 같은 당은 아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의당의 중요한 기치(旗幟)인 도덕적 선명성에 대해 늘 경외감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겐 더욱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러나 그간의 성추문 뉴스와는 다르게 정의당 스스로가 기자회견을 통해 당대표의 성희롱사건을 밝히는 뉴스였고, 변명이 아닌 사과, 즉시적이고 엄격한 조치와 결단을 약속하는 내용이 인상적인 보도였다.

만일 당의 이미지나 지지율을 걱정해 사과발표가 늦었다거나 변명 등으로 사건을 축소 또는 은폐하려고 모색했다면 아마도 정의당은 회복할 수 없는 국면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의 적절한 판단과 대국민 사과, 즉시적 조치와 행동으로 성추문사건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일견 다행스러운 마음이다. 이와는 별개지만 잇따른 정치인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본인 또한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국민 앞에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특히 서울시장, 부산시장의 보궐선거가 모두 성추문사건이 원인이 된 상황인 만큼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정치인의 품성과 도덕성을 한 차원 더 높여 일신(一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시기(때)도 중요하지만 자리(위치)에 걸 맞는 적절한 태도(행동)와 말(언어구사)도 매우 중요하다. 얼마 전 제1야당인 국민의 힘 출신 J의원이 민주당 K여성의원을 겨냥해 “지난 총선 당시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았다”며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표현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여성의원에 의한 여성비하 논란과 모욕 등 정치적인 논쟁으로 비화했고 결국 국민의 힘 J의원이 페이스북 게시글 삭제 및 사과로 마무리되는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과거에도 정치인의 막말파동으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웠던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에서 본다면 무심코 지나칠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도 이제 잘못된 과거의 악습(惡習)을 버리고 변해야 한다. 국민은 품위 있는 정치, 품격 높은 정치인을 원한다. “일상의 언어와 태도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품위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 지도자 분들께서 꼭 명심했으면 한다. 이와 관련해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이 있어 소개한다.

며칠 전 나는 tvN 예능프로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조지 윈스턴, 지메르만, 조성진)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대한민국 피아노조율 명장(名匠) 제1호 이종열선생(83세, 예술의전당 전속조율사)의 아주 짧은 인터뷰 속에 담긴 보석처럼 빛나는 말씀을 접한 적이 있다. “조율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명장은 “도음(音)하나를 결정하려면 위쪽 4도한테도 물어보고, 5도에게도 물어보고 옥타브한테도 물어봐야 돼요. ‘내가 여기 서도 되는 가?’ ‘다 오케이’ 그러면 그 음이 그 자리에 서는 거예요. 이게 조금만 어긋나면 화음이 안 맞아요. '내가 여기 있어도 되는가?'라고 수없이 질문하고 고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이 조율”이라고 말씀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한마디 할 때마다, 어떤 위치에 설 때마다, 그리고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명장의 말씀을 가슴 깊이 되새겨 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박해광 경기민주넷 회장/ 前 경기 광주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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