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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인류평화와 공영을 지향하는 외교통상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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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인류평화와 공영을 지향하는 외교통상①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1.0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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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미국의 세계패권 전략은 가치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미국은 인류역사상 최고의 세계패권 국가이다. 2019년 기준 세계외환보유고의 달러비중이 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압도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현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세계 모든 국가의 군사력을 합하여도 미국의 군사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국가는 공용 언어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의 세계패권이 과거 인류역사에서 명멸했던 대제국과는 차원이 다름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세계패권을 유지하는 방법에서의 차이이다.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영토를 침탈하여 복속시키고 자신의 사회제도를 강요하여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구분되어 지배하는 과거의 제국과는 그 방식을 분명히 달리 하고 있다. 첫 번째는 그들이 천명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명분이다. 그리고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경쟁에 우위를 얻는 것이고,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적 연대를 공고히 함으로서 그러한 패권을 유지하는 근간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패권에 뒤에 숨은 검은 그림자가 있다. 이는 미국 패권주의의 정당성을 해치고 또한 비판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것은 자본적 패권주의다.

근대 자유민주주의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달을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자유민주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 원리 하에 대의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형태의 정치 이념 및 통치체제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 특징은 다원주의하의 선거 실시, 권력 분립, 열린 시민사회 하의 법치주의, 사유재산 인정 하의 시장 경제, 인권의 평등, 시민권, 시민 자유, 정치적 자유 등이 사회적 가치를 이룬다. 자본주의는 재화의 사적 소유권을 개인이 가지는 자유의지에 반하거나 법률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양도 불가능한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사회 구성체이다.

또는, 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생산 수단을 가진 자본가 및 기업가 계급이 그 이익 추구를 위해 생산 활동을 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 체제로 정의하기도 한다. 재화의 사적 소유권에 대한 인정은 곧바로 재화의 매매, 양도, 소비 및 이윤의 처분 등에 대한 결정을 개인에게 일임한다. 인간이 가진 이기적 욕망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 경제 체계에서는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 투자, 분배 등이 주로 시장 경제를 통해 이루어진다. 시장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힘의 우위에 있는 자에 의해 지배가 이루어지는 약육강식으로 인하여 정글 자본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며 대부분의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장의 자유를 국가가 사회적으로 일부 제한하고 있다.

고대에 이미 일부 자본주의적 특징을 보이는 조직이 존재 하였다. 중세 말에는 상업 자본이 발달 하였으나, 현대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제도들은 대부분 16세기에서 부터 19세기까지 영국에서 발달한 것들이다. 서양에서는 봉건 제도의 종식과 함께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사회 구성체로 자리 잡았다. 20세기에 이르러 전 세계적인 산업화가 일어났고 자본주의가 세계 전체에서 지배적인 경제 체제로 자리 잡았다.

자본주의는 세계 각지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정되고 발전해 왔으며, 사회주의와 혼합 경제를 이루기도 하였다. 20세기에 걸쳐 자본주의는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공산주의 국가 경제 체제와 대립했다. 이 과정에서 선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본주의 대신 자유를 사용하였다. 종교를 금지하는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기독교에서는 죄를 낳아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욕망을 죄악시 하며 돈을 악의 근원으로 보는 성경의 가르침 때문에 자본주의라는 단어 사용을 꺼려하기도 한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승리한 뒤, 세계 최고 채권국으로서 호황을 누리던 미국은 남아도는 자금으로 산업 시설을 늘려 왔다. 그러나 대량 생산된 상품들은 미국 내에서 모두 소비되지 못했고,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제1차 세계 대전의 여파로 물건을 구매할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소비가 줄어들어, 재고만 쌓이게 된 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 치웠고, 주가는 사상 최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주가가 폭락하자 은행과 기업들이 문을 닫았고, 엄청나게 많은 실업자들이 생겼다. 또 농산물 가격까지 폭락하고 말았다. 이는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1933년, 미국의 제32대 대통령 루스벨트는 뉴딜 정책을 추진하였다. 기존의 자유방임주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경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 이론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테네시 강 유역 개발 공사를 추진하고,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잉여 농산물을 모두 사들였다. 또 사회 보장법을 만들어 고용을 늘리고, 과잉 생산을 조절하였다.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 시장을 개척하여 ‘달러 블록’을 형성하였다. 그 결과 서서히 소비가 증가하면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자국과 식민지를 하나로 연결하는 ‘파운드 블록’과 ‘프랑 블록’을 형성하여 공황을 극복하였다.

2차 세계대전은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이었다. 전 세계 60여 개가 넘는 나라들이 1억이 넘는 병력을 동원하여 싸웠던 제2차 세계 대전은 약 2천 7백만 명의 군인이 전사하고, 2천 5백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희생되는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남겼다. 민간인 희생자 중에는 히틀러의 민족 차별 정책으로 희생된 유대인이 약 5백만 명이나 되었다. 또 전쟁 비용이나 대대적인 공습으로 인한 재산 파괴 등 경제적인 피해도 그 어떤 전쟁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또한 일본에 의한 희생은 지금까지도 역사 속에 감추어져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의 획득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경제활동이다. 화폐를 투입하여 이윤과 함께 회수하면 화폐는 이윤을 생산하는 자본으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정의 재화를 얻기 위해 화폐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화폐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화폐를 사용하는 이윤추구의 활동이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윤의 획득은 각종 기회를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어떤 형태를 취하든지 화폐를 시장에 투입하여 시장 내의 거래 결과로서 이윤을 얻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활동은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으로서 그저 부를 추구하는 활동과는 다르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활동이 행해지기 위해서는 상품경제가 어느 정도 확대되어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경제패권을 장악했다. 그리고 초기 자본주의 특성을 재현하기 시작했으며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에서 가장 사회복지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가 되었다. 최근 일어났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세계 경제를 암흑 속에 빠트렸다. 서브프라임처럼 문제가 터지지만 않았을 뿐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제는 심각하다.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롤 모델로 삼았던 미국을 수렁에 빠뜨린 ‘칼라일 그룹’과 같은 헤지펀드의 존재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단순히 선진금융기법으로 투자자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것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칼라일은 ‘공화당 관료 출신자들의 망명지라고 비난받았을 정도로 레이건·부시 행정부 출신의 저명한 퇴직 정부관료들을 끌어들이며 많은 이권에 개입하게 하였다.

전직 고위층들을 동원하여 정치와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물었다.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추구해왔던 칼라일의 수법과 복잡한 연결고리를 드러낸 것이다. 전직 고위층들의 영향력과 인맥을 밑천으로 자본을 모으고, 로비를 하고, 기업사냥을 해온 칼라일에게 있어 가장 손쉬운 놀이터는 단연 방위산업 분야였다. 칼라일이 종종 단순한 사모펀드가 아니라 ‘군수자본’ 또는 ‘방위산업체’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수백 개의 방위산업체를 포트폴리오로 거느리고 있는 칼라일 그룹은 특히 ‘9.11 테러의 수혜자’가 되었다. 이 와중에 칼라일의 아이러니 중에서 가장 심각한 사례가 드러나게 된 것은 칼라일을 매개로 미국의 부시 가문과 사우디의 빈 라덴 가문이 오랜 동업자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법원, 검찰, 경찰 등 각 부처의 고위직 인사들은 퇴직 후 자신이 몸담았던 기관의 감독을 받거나 이해관계가 맞닿아있는 기업이나 로펌에 들어가고 있다. 워낙 일반화되다보니 퇴직 고위공직자 재취업 1위는 국내 최대의 재벌 기업이란 기사가 나와도 눈여겨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래도 미국에 비하면 이것은 껌에 불과하다.

미국은 거대자본에 장악된 나라이다. 어쩌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보다 자본의 극단적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나라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자본의 검은 그림자가 미국의 패권을 등에 업고 활개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경찰국가로서의 미국은 적당한 국제분쟁을 조장하기도 하고 조절하기도 한다. 미국을 장악한 거대한 자본은 필요에 의해서 지역 간 전쟁을 방임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도전하는 국가에 대하여 경제적인 타격을 가해 주저앉히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현대사회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그것은 인류는 크고 작은 전쟁의 연속이었고 현대사회는 미국이란 절대 강자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은 스스로 변하여야 한다. 처음에 말했듯이 그들이 천명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명분이 우선이어야 하고,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적 경쟁에 우위를 얻기 위한 문화국가로의 새로운 도약이 있어야 하며,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적 연대를 공고히 함으로서 그러한 패권을 인류와 함께 공유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이 가야할 길이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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