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 화양연화(花樣年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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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화양연화(花樣年華)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2.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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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꽃피는 봄의 계절이 시작됐다. 제주는 1월부터 유채꽃이 피기 시작해 2~3월이면 만개한다. 서귀포에서 부는 봄바람은 제주시를 거쳐 3월이면 육지에 상륙한다. 벌써 육지의 남부지방에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봄을 알리는 전령사가 유채꽃이라면 12월 한 겨울에도 피어나는 꽃이 동백이다. 제주에는 한 겨울에도 동백꽃을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사계절 꽃은 피지만 봄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래서 봄은 제주와 육지를 망라하고 사계절 중 가장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되는 계절이다. 봄은 시작의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인생에 있어서 청춘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장 푸르고 생동감 넘치는 나이가 20대이기 때문에 푸르른 청춘을 봄에 비유한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꽃의 모양이 가장 빛나는 해라는 뜻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학창시절이나 결혼 전인 20대를 생각할 것이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시절에 경험했던 추억들을 소환해 인생의 좋은 시절로 분류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시절 낭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대와 세대에 따라 20대의 생활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한국 현대사를 보더라도 전쟁과 빈곤 산업화 등을 한 세대가 동시에 겪었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청춘의 의미는 분명하게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굶주림의 고통과 강도 높은 노동 등도 청춘의 흔적일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청춘의 기억들은 분명 차이가 있다.

요즘 20대 청년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지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단순히 겉모습이 젊고 화려하다고 그들의 삶마저 화려할까? 인생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20대들이 지금 봄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변했고 세월이 변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통학버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덥고 추웠던 강의실에서 취업준비를 했던 기억들...... 지금의 20대들에겐 꿈같은 일이지만 그들의 부모는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살았고 아껴가며 돈을 벌어 아파트와 자동차를 굴리며 지금처럼 살고 있다. 부모들로부터 큰 도움 없이 노력한 결과물이어서 더욱 빛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20대들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대부분 자가용 승용차로 학교에 다녔다. 과거 중소기업 사장님만 탈 수 있었던 자동차를 이들은 초등학교부터 타고 학교에 다녔다 그것도 부모들이 운전해서...... 대학도 선택폭이 많아 웬만하면 가고 싶은 학과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성장한 20대들에겐 앞으로 어떤 추억이 남을까? 이들이 부모 세대가 되는 20~30년 후에 그들이게 기억되는 청춘이 궁금하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지금의 20대가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불행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로 증가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앞으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게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현실이다. 취업은 어렵고 직장생활을 해도 앞으로 부담해야 할 세금과 집값 자녀양육비 등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치권에서 만들어 놓은 복지정책과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이들에게 부담해야 할 몫도 결국은 20대들이다. 기성 정치인들이 앞 다퉈 내 놓는 포퓰리즘은 지금의 아름다운 20대 청년들에게 최악의 40~50대를 보내게 할 수 있는 악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지금 정부가 가지고 있는 사상 최대의 1000조원 빚은 결국 기성세대의 몫이 아니라 후대들이 갚아야 할 몫이다. 이래도 지금의 20대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꽃은 피면 반드시 지게 되어 있다. 영원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한때 중국에서는 두 남녀의 사랑을 담은 영화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제작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이기도 했다. 양조위 장만옥 등 유명 배우가 출연했지만 늦게 만난 그들의 사랑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생동감 넘치는 젊음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울 수도 있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는 지금의 기성세대들에게도 가능성은 살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인공적으로 짜여 진 각본에 따라 인위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버리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한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후보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수십만 채의 집을 짓고 특별법을 만들어 신공항을 만든다고 난리다. 서울시민과 부산시민은 바야흐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그 많은 돈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결국은 혜택을 받는 당사자들이다. 각 당의 후보자들은 지키지 못하는 달콤한 공약으로 봄으로 위장된 화양연화의 순간을 만들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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