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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타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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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타인의 고통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2.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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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한 달 조금 더 남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서울과 부산이 동시에 보궐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것도 전직 시장들이 같은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발생한 일이다. 처음엔 야권의 당선이 유력한 것처럼 보였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밀리는 형국이다. 물론 부산은 야권주자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서울은 확연하게 뒤쳐져 있다.

다만 야권단일화를 위한 제3지대 논의도 지켜볼만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선거는 항상 1위만을 위해 치러진다. 화투판도 1위만 존재할 뿐 2위는 의미가 없다. 선거판과 화투판에 뛰어든 주자는 그만큼 치열한 승부를 펼치게 된다. 주자들의 탈 불법을 막기 위해 엄연하게 규칙이 정해져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것도 유사하다. 어떻게든 이기면 된다는 식의 생각들이 공존하는 게임의 법칙들이다.

얼마 전부터 선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물론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포퓰리즘성 공약이 여야를 막론하고 남발되는 분위기다. 어떻게 보면 시대흐름에 따라 필요로 하는 것도 있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무료급식과 같은 혜택은 당연하지만 최근에는 국민 기본소득 문제가 심심치 않게 논쟁이 되고 있다. 모든 국민들에게 공짜로 돈을 준다면 한 달에 얼마씩 주겠다는 것인가? 그 돈은 어디서 마련하는가? 그냥 한국은행에서 찍어내면 되는가? 은행에서 찍어낸 돈으로 국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다면 몰라도 결국 그 돈을 마련하려면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

최근 공시지가 상승으로 도시는 물론 농촌에서도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부과가 눈에 보일정도로 상승되고 있는데, 그 고통은 누가 받아야 하는가? 결국 또 다른 국민들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이 넘어 부채비율이 40%를 웃돌고 있는데 정치인들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의문이다. 2024년이면 부채비율이 6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몇 년 전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비율이 25%넘으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했다. 부채비율에 따라 주의 위기 등의 등급이 주어지지만 지나친 부채비율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였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주의 위기 단계를 넘어 경보 위험수준이 아닌가? 일부는 1990년대 일본의 국가 부채비율이 70%를 넘는 등 선진국에 비교하면 아직 양호하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면 거품경제가 사라진 일본은 지금 어떤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던 전자제품과 IT산업이 무너지면서 30년이 되도록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다는 보장이 없다. 당장 국민들의 손에 돈 몇 푼 쥐어주고 표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그 돈을 갚아야 할 국민들의 고통은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지인 한분이 수전 손택(Susan Sontag)이 지은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보내왔다. 전쟁의 고통을 겪은 사진을 설명하는 내용이지만 인간의 심리를 카타르시즘에 비교 분석해 매우 흥미 있게 읽었다. 수전 손택은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며 소설가이자 예술평론가이다. 그녀는 생전에 한국을 방문해 한국정부에 구속 문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등 인류평화와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녀는 ‘타인의 고통’이라는 책을 통해 ‘고통 받는 육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은 나체가 찍힌 사진을 보려는 욕망만큼이나 격렬한 것이다’고 했다. 인간이 전쟁에서 발생하는 끔찍한 주검과 흉측한 상처 등을 보기 싫어하지만 내면에는 호기심이 작동하기 때문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교통사고 현장도 마찬가지로 당사자는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지만 보는 사람은 음흉할 정도로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수전 손택이 말한 타인의 고통은 전쟁에서 상처를 입은 당사자들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안겨주고 다른 한 쪽에서는 더 많은 세금을 받는 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그리고 젊은 세대에게 1000조원이 넘는 국가 채무를 물려주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국민들이 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정치인들 때문에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미 유럽의 몇몇 선진 국가들이 과다한 복지비 지출로 어려움을 겪은 것을 보지 않았는가? 지나친 포퓰리즘에 대한 고통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국민들에게 돈 몇 푼 쥐어주는 것 보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선진국으로 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 안정과 번영을 통해 국민들의 일자리가 넘쳐나고 청년 실업률이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생각을 하길 바란다. 국민들이 주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자리에 앉아서 선거에 이길 생각만 하지 말고......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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