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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중민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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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중민정치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3.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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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중민(中民)이라는 말은 중간층 사람들을 말한다. 과거 계급사회가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었던 시대와는 달리 최근에는 사회적 계층이 엄연히 존재한다. 경제적 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사회적 계층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있게 마련이다. 또한 중산층과 사회적 약자로 구분되는 빈민층이 우리사회의 큰 틀을 형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류층으로 형성되는 집단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져야 되는가? 특별한 규정은 없지만 미국의 한 학자는 현금 100만 달러 이상을 가져야 상류층이라고 주장했다. 원화로 계산하면 11억2600만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10억 원 이상 하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가 상류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부동산은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은 잠재적 상류층일 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현금 10억 원을 가지고 있는 지구촌 인구는 얼마나 될까?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중산층에 속하거나 사회적 약자에 포함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상당수가 중산층 이하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최근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 전 세계 200여개 국가 가운데 7위에 해당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7위는 G7으로 서방 선진 7개국에 포함된다. 한국이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7위의 잘 사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게 정말 맞는 말일까? 고민해 볼 일이다.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몇몇 대기업이 수 백조 원에 달하는 수출을 통해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그런 대기업 총수는 지금 감옥에 가 있다. 대기업이 많은 돈을 벌어 1인당 국민소득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바닥이다. 코로나19로 더 피폐해진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고충은 심각한 수준이다. 월급을 받는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는 판에 고용주들은 자신의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고 적자운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판국에 우리경제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7위로 올라섰다고 홍보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진보 사회학자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최근 국내 한 월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한국정치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중민이론으로 잘 알려진 한 교수는 전북 임실출신으로 과거 민주당 정부와 뜻을 같이한 진보학자이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현실정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민이론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등장했다. 그가 말하는 중민은 중산층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들과 연대해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진보 지식인층을 말한다. 80년대 당시 대학생이었고 지금은 한국정치의 중심축에 있는 586세대들이 해당된다. 5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태생을 586세대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며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이 190석이다. 이중 118명인 62.1%가 50대들이다. 586세대들이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개혁세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시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서 독재정권과 싸웠던 용기 있는 세대들이지만 이들은 새로운 꼰대가 됐다. 말 그대로 개혁의 대상이 된 것이다.

바람직한 민주주주의 정치라면 다양한 의견이 공존해야 한다. 한 사안을 두고 여야 간 의견이 다르다면 토의를 거쳐 격차를 줄여야 한다. 다수결에 부치는 투표는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사용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마구잡이식 방법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현실상으로 민주주의 절차를 잘 지키고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전횡을 일삼고 있다. 한교수가 지적한 586의 모습이다.

특히 현재의 여권은 권력중독에 빠졌다. 매력적인 야당이 등장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국민의 힘도 현재로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진보와 보수가 아닌 새로운 정치형태의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두 이념은 근대의 해묵은 산물이다. 이념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실용에 따라 변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생각이다.

해방이후 한국정치는 수많은 곡절을 거치면서 겨우 민주화가 이루어졌다. 미군정을 제외하면 한국정치는 73년의 적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보수와 진보를 떠나 ‘내편 네편’으로 너무나 확연하게 구분돼 있다. 통합의 정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정당의 몫이 아니다. 사람의 몫이다.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586세대가 역사에 명예롭게 남으려면 권력에 취해 민주주의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말고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 그들도 곧 있으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세대들이다. 후배들에게 존경받으려면 제도권에 있을 때 잘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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