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57] 스즈키 슈아 나메가타시 시장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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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7] 스즈키 슈아 나메가타시 시장님께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3.03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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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오늘은 시장님으로 인해 간단했던 ‘극일’이 조금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 같은 건강한 정치인을 넘어서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테니까요.

그날 이후 별 어려움 없이 잘 계시는지요. 시장님께서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용기 있는 발언을 하셨더군요. 일본의 한 대기업 회장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데 따른 시장님의 경고쯤으로 여겨졌습니다.

한국 언론에 조그맣게 소개됐지만 내게는 대문짝만한 기사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일본의 생면부지 지방자치단체장께 공개 편지를 쓰는 이유입니다.

우선 칼럼을 읽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한국 언론이 ‘아사히신문’을 인용하여 보도한 내용을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화장품 회사인 DHC 요시다 요시아키 회장이 자사 누리집에 “산토리 CF에 기용된 탤런트는 거의 전원이 코리아(한국·조선)계 일본인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당하는 것 같다. DHC는 기용한 탤런트를 비롯해 모든 것이 순수한 일본 기업이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존토리’는 재일 한국인·조선인 등을 비하하는 ‘존’에 산토리의 ‘토리’를 합성한 말이라는 것은 잘 알고 계실 테고요.

요시다 회장은 지난 2016년에도 누리집에 재일 한국·조선인을 ‘사이비 일본인’이라며 “모국으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하여 비난을 산 적이 있습니다.

시장님께서는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DHC가 이상한 발언이나 행동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이후에도 계속 심해진다면 제휴 협정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전했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회피하거나 아니면 DHC 요시다 회장의 말에 편승하는 것이 정치적 이익이 되고, 어느 경우 DHC와 협정 철회는 지역경제의 손실까지 가져올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기사는 ‘나메가타시는 DHC와 특산품을 사용한 상품 개발 등을 포함한 협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고구마를 사용한 맥주 개발 등의 업무 제휴를 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에서 DHC에 대한 항의 글이 확산된 적은 있으나 업무적으로 관련된 지방정부가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나메가타시는 이바라키현에 속한 인구 4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로 지역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한 6차산업이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는 것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칼럼을 쓰면서 ‘그날 이후 별 어려움이 없었느냐’고 물었던 것은 혹시나 그 발언으로 댓글 폭력 등의 곤란을 겪지나 않았을까 하는 안부이기도 합니다.

나는 시장님과 관련한 이번 기사를 읽으면서 상충 된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습니다. ‘일본에도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정치인이 있구나’하는, 이웃 국가 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극일(克日)은 결코 쉽지 않겠구나’하는 난망이었습니다.

한 국가의 쇠망은 시장님이 아니라 요시다 회장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빠르게 이뤄지고, 우리의 극일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로 앞당겨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기 때문에 시장님의 이번 발언은 한국을 위한 말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나라인 일본을 위한 일본 정치인의 건강한 발언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지요.

지난 1일은 제102주년 3·1절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에 맞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날입니다. 자랑스러운 국경일이자 법정공휴일입니다.

언제라고 잊을까마는 매년 3월1일이 되면 ‘가해자 일본’이 더 끔찍하고 선명한 기억으로 살아나는 이유를 일본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한·일관계는 최악의 불신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양국의 갈등이 한국에게는 ‘극일’의 계기가 되고 있고, 일본에게는  ‘혐한(嫌恨)’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극일을 위해 일본의 극우세력이 고마운 이유입니다.

오늘은 시장님으로 인해 간단했던 ‘극일’이 조금 복잡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신 같은 건강한 정치인을 넘어서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도 나메가타시 스즈키 슈아 시장님의 이름을 알게 돼서 다행입니다. 내 모습을 반추할 수 있는 이웃은 행운이니까요. 건투를 빕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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