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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조의 할말잇슈] 어쩌다 미스트롯 찐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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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조의 할말잇슈] 어쩌다 미스트롯 찐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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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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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와대 행정관

숱한 사연과 화제 그리고 기록을 남긴 미스트롯2 대장정이 마침내 끝났다. 미스트롯1에서 불기 시작한 트롯 열풍은 미스터트롯에서 열혈 여성들의 팬심을 사로잡으며 그 절정에 이르다 잠시 트롯의 열기가 잠시 주춤 한 듯 하더니 미스트롯2이 트롯으로 온 나라를 다시 불 지폈다. 

그것도 아주 뜨겁게 말이다. 필자는 이번 미스트롯2의 처음부터 마지막 최종 라운드까지 김호중 앓이를 심하게 겪어오고 있는 김호중 왕팬에 의해 강제(?) 시청했다. 초반의 밋밋한 대결은 중반으로 가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제주댁의 반란’으로 그 재미가 한층 고조 되더니 결국 제주 출신으로 두 아이의 엄마인 양지은씨가 진으로 등극했다. 

제주댁 양지은씨가 보여준 한편의 인생 드라마 같은 열전 과정의 소회를 되짚어보면서 코로나19로 하루하루 지치고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준 K-트롯의 힘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양지은씨의 진 등극은 이미 중반부터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어릴때부터 국악으로 다져온 탄탄한 가창력은 굳이 고래고래 고음을 내지르는 창법을 구사하지 않아도 귀를 시원하게 뚫어주는 청량한 목소리와 환상적인 조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 잡아 버렸다.

그러나 이 정도 노래 실력만 갖추었다면 전국의 내노라 하는 수많은 트롯 강자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것이다. 양지은씨가 오로지 단 한명에게 주어진 진이라는 왕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가창력 외에 국민의 마음을 확실히 잡은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으로 본다.

첫째 열전 중간에 탈락의 위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기사회생해 본선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둘째 국악 전공으로 잘 나가던 양지은씨가 아픈 아버지를 위해 신장 한쪽을 떼어주고 배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더이상 국악을 할 수 없었다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국민 눈에 그녀는 더 이상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효심 가득한 효녀로 비쳐졌다. ‘사모곡’과 ‘그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눈물샘 자극하는 선곡으로 그녀의 효녀 효과를 몇 배로 늘렸다. 

특히 국악에 기반해 트롯으로 재탄생한 ‘그강을 건너지 마오’를 부르는 순간 필자의 심장은 잠시 멈춘듯한 느낌에 눈가를 촉촉이 적실 정도로 진하고 긴 감동을 받았다. 

셋째 그러나 무엇보다 양지은씨가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아버지의 차분하면서도 간절함이 뭍어나는 응원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놨다고 본다. 코로나19로 힘든 지금의 어려움을 묵묵히 이겨내며 조만간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꿈과 희망을 키워 나가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서민의 모습을 양씨 가족이 응원하는 모습 속에서 봤을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고달픈 삶을 대변하고 애환을 같이 해온 트롯이 이제는  트롯 열풍을 타고 안방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음을 재삼 확인 할 수 있다. 앞으로 그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어 주류 대중음악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백신이자 치료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평가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공직칼럼] 박희조 전 청와대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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