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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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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 있는지가 중요"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3.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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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1951년 호주의 한 병원에서 14살 소년이 대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13리터에 달하는 대량의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소년의 혈액형은 아주 희귀한 RH- A형이었다.

수술을 받지 못한 소년에게서 희망이 점점 사라져갈 때 의료진은 거의 기적적으로 필요한 혈액을 모을 수 있었고 무사히 수술을 받아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목숨을 건진 소년은 결심했다. 얼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조금씩 피를 모아 살려준 인생이니,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겠다고 말이다. 건강을 회복한 소년은 결심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 헌혈을 했다.

그런데 헌혈한 소년의 피는 희귀한 RH-A형이 아니라 RH+A형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수술에서 의료진의 실수로 소년에게 RH+A형의 피가 수혈됐고 그 결과 소년의 혈액형이 바뀌어 버린 것이었다. 보통 이런 수혈을 하면 사람은 사망한다. 그런데 이 소년은 피에서 발견된 특이한 항체 덕분에 살아 남았다.

바로 레소스병 (RH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체였다. 레소스병은 임신한 엄마와 아이의 혈액형의 RH가 다를 경우 태아의 세포가 파괴되는 병으로 100명의 아이 중 17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었다.

자신의 피로 아기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년은 그 후로 반세기 넘는 동안 1000번이 넘는 헌혈을 했다. 이를 기념해서 호주 시민들은 그에게 명예 훈장을 수여하고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라는 칭호를 주었다.

이제는 84세 노인이 된 소년의 이름은 제임스 해리슨이다. 그 덕분에 240만 명의 아기가 목숨을 건졌다. 지금도 쓰이고 있는 Anti-RhD백신은 모두 호주산이며 제임스의 피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당신이 가진 무언가가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살릴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이 주었느냐가 아니고 주는 행위 속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있는지가 중요하다는 마더 테레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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