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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병진노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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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병진노선의 함정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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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북한이 조용하다. 코로나 정국 때문인지 세계에서 가장 조용한 나라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등을 두고 국제사회의 따가운 논총을 받았다. 오죽했으면 미국과 UN은 10차례가 넘도록 북한에 대한 제재로 압박을 가했을까?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 보란 듯이 미사일 개발로 핵실험을 강행했고 결국 2016년 5월 핵보유국을 선언했다.

이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됐다. 우리정부도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남북한 교류는 역대정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만큼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 역대 어느 정부보다 친 북한적인 정책을 펼쳤으나 미국과 UN의 제재로 교류를 할 수 없었다. 다만 몇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가교역할을 자처했으나 이마저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평가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북한은 우리정부를 패싱한 채 미국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몸값을 올렸다. 한반도 평화에 우리정부가 빠진 채 미국과 북한이 대화채널을 가동하는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며 대화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이 공을 들여 미국과 관계개선을 시도했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바이든을 향해 ‘미치광이 늙은이’라며 비난하던 북한은 바이든이 당선되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바이든 역시 북한에 강경적인 입장을 보이며 다자동맹 복원을 시사하고 있어 북한의 입장에서는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자칫 과거와 같이 미국을 향해 비판을 가한다면 바이든 역시 본보기로 북한을 추가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세계의 관문이 축소되거나 폐쇄되는 상황에서 북한도 국경을 봉쇄하는 등 대외접촉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국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추가 도발조치를 강행한다고 해도 세계의 시선이 북한에 집중할 수 없음을 북한 당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북한은 최근 미국을 비롯한 남한에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동안 자국의 경제사정은 얼마나 안정됐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유엔은 2017년 대북결의에서 원유공급 제한과 해외파견노동자 24개월 이내 송환 등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취했다. 또한 산업기계 철강 운송수단 금속류 등의 대북수출도 차단됐으며 농산물 석탄 등 대외수출 품목도 크게 위축됐다. 이러한 제재로 북한의 2018년 해외수출은 전년도 보다 무려 86.3% 감소했다.

미국이 주도한 압박정책이 성공을 거두었으며 결국 김정은은 2018년 하노이 회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체제인정과 제재완화 등을 요구했다. 체제인정은 미국 내 강경파가 김정은의 참수작전을 거론하고 실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미국 군용기가 북한 상공을 정찰하는 등 군사작전이 감행됨에 따라 김정은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결국 회담장에 나타나 트럼프와 친밀감을 보였으나 합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북한 인구는 남한의 절반 수준인 2525만명이다. 기대수명은 남한보다 무려 12년 짧다. 북한의 평균수명은 남자 66.7세이고, 여자 73.5세이다. 우리나라 남자가 81세 여자가 85세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사람들의 수명은 생각보다 짧은 것이다. 때문에 북한의 평균 연령은 상당히 젊은 편이다 노령인구가 그만큼 많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특이한 점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육류가 토끼고기라는 것이다. 단백질 공급을 위해 토끼고기를 많이 먹고 있으나 1인당 단백질과 지방질 공급은 남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한은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순으로 소비를 많이 하고 있지만 북한은 번식력이 좋고 키우기 좋은 토끼가 의외로 육류생산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19년을 기준으로 141만원이다. 남한은 당시 3744만원으로 26배나 차이가 났다.

북한의 무역 생산량도 32억4000만 달러로 1조456달러인 한국과 무려 322배나 차이가 났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북한은 핵 개발로 국가적 지위를 높이려고 노력해 왔다. 핵은 전쟁에서 사용될 수 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전쟁을 억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핵이 있는 나라에서는 오히려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핵보유국이 늘어남에 따라 대량 살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핵을 보유했다고 결코 군사강국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경제가 우선이다. 북한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군사력 보다는 경제개발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경제와 군사력을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북한의 병진노선은 경제개발이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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