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159] ‘벚꽃은 피는데...’ 꽃피어 우울한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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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59] ‘벚꽃은 피는데...’ 꽃피어 우울한 봄날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3.31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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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꽃의 계절이다.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며 꽃구경, 사람 구경하기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꽃들에게는 봄이 왔지만 코로나-19로 축제는 취소되고 ‘거리 두기’는 사람들끼리만이 아니라 꽃들과도 거리를 두어야 할 시간이다.

세상은 여전히 소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지루한 장맛비처럼 멈출 기미가 없지만 꽃들은 아랑곳없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산수유와 매화꽃이 피고 난 자리를 진달래와 생강꽃이 뒤를 잇고 목련과 개나리도 뒤질세라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다. 꽃들이 피고 지고, 다투어 피어나는 계절이지만 역시나 봄은 벚꽃으로 완성된다.

벚꽃의 계절이다. 벚나무 가로수 길은 분 바른 듯 하얗게 화장하고, 앞산에도 벚꽃이 까까머리 아이의 머리에 핀 버짐처럼 번져가고 있다. 며칠 전 봄비에는 먼저 핀 벚꽃들이 나비처럼 날고, 꽃이 진 자리에 작은 초록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대표적인 봄꽃인 벚꽃은 3월 말, 개나리가 질 무렵부터 남부지역을 시작으로 피어 북상하면서 중부지역은 4월 초중순에 절정에 달한다. 벚꽃은 일본의 국화인 탓에 한때 경원시 되어 1983년에는 창경궁에 심어져 있던 벚나무가 베어지고, 일부는 여의도의 윤중로에 옮겨 심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의 벚꽃은 일본의 왕벚나무와는 별개로 제주 한라산이 원산지이다.

다만 일제가 조선 강점기 시절에 창경궁에 일본 왕벚나무를 심었고 벚꽃 구경하는 문화를 들여왔다. 일본의 벚꽃은 미국으로 건너가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다.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포토맥강 주변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4,000여 그루의 벚나무가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황홀경을 연출한다. 1912년 일본이 벚나무를 우정의 상징으로 미국에 선물했던 것이 오늘에 이르러 워싱턴에서는 100년이 넘도록 벚꽃 축제가 열리고,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우리나라에서 벚꽃 축제는 진해 군항제가 대표적이지만 경남 하동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벚꽃 십리 길이나 영암의 벚꽃 백리길, 보성 대원사 벚꽃 길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 지금은 어디 어디라고 할 곳 없이 봄이 오는 길목마다 가득 피어 온 세상을 봄소식으로 가득 채운다.

특히 벚꽃은 팝콘이 터지듯 한순간 일제히 피어나는 것 못지않게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이 삶의 덧없음으로 상징되면서 상춘객들의 마음에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하얀 눈꽃 같은 꽃송이는 흐드러지는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가녀린 몸짓을 흔들고/ 생전에지지 않을 것처럼/ 저리도 웃고 있건만/ 벚꽃 같은 우리네 사랑은 지는가/... .../부드러운 너의 꽃잎은 그 작은 바람에도/ 견디지 못하고 흩날리고 마는 구나/ 벚꽃아, 사랑아./ 사람들은 저마다 너를 보며 감탄 하네/ 나뭇가지에 붙어 있을 동안만이라도/ 아름다워라 마음껏 아름다워라/ 내일이면 너도 지고 사랑도 떠나간다/ ... ...”

김옥란 시인은 ‘벚꽃은 피는데 사랑은 지는가’라는 시에서 피었다 지는 벚꽃을 사랑에 비유하며 사랑이 있는 동안 마음껏 사랑하라고 노래했다. 삶도 찰라와 같은 시간 속에 피었다가는 지는 벚꽃과 같다는 시인의 지적은 담담하면서도 처연하다.

반면 목필균 시인은 “벚꽃나무’라는 시에서 ‘잎새도 없이 꽃피운 것이 죄라고/ 봄비는 그리도 차게 내렸는데/ 바람에 흔들리고/ 허튼 기침소리로 자지러지더니/ 하얗게 꽃잎 다 떨구고 서서/ 흥건히 젖은 몸 아프다 할 새 없이/ 연둣빛 여린 잎새 무성히도 꺼내드네”라며 벚나무의 생명력과 역동적인 삶을 그렸다.

그뿐인가. 인디 밴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벚꽃이 피는 계절에 전 국민이 한 번쯤 듣게 되는 계절송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그대여 그대여 그대여’로 시작해 ‘봄바람이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벚꽃 엔딩’은 김옥란 시인의 ‘나뭇가지에 붙어있을 동안만이라도 마음껏 아름다워라’는 요구에 답한 듯한 달콤하면서도 경쾌한 리듬으로 봄 +노래를 대표하고 있다.

‘벚꽃 엔딩’은 크리스마스 캐럴에 비유돼 ‘봄 캐럴’로 불리는가 하면 작사·작곡자인 장범준은 매년 수억 원대의 저작권료까지 받게 돼 ‘벚꽃 연금’이라는 애칭까지 얻고 있다.
‘벚꽃 엔딩’은 최근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라는 의미로 레토릭돼 지역 대학 관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됐다는 ‘웃픈’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꽃의 계절이다. ‘벚꽃 엔딩’을 흥얼거리며 꽃구경, 사람 구경하기 좋은 시간이다. 하지만 꽃들에게는 봄이 왔지만 코로나-19로 축제는 취소되고 ‘거리 두기’는 사람들끼리만이 아니라 꽃들과도 거리를 두어야 할 시간이다. 어쩌겠는가. 견디면서 하루빨리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수밖에. 꽃이 피어 우울한 봄날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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