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33] '불가능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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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3] '불가능과 가능'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4.0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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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보선 시인(1970년생)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 재학 중인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함께 읽기> 우리 모두는 나누길 참 좋아한다. 오늘 당장 수능 마치고 나오는 수험생에게, "수고했어. 이제 편히 쉬어야지" 하는 말보다 "시험 잘 봤니?”란 물음부터 던진다. 그에 대한 대답은 '예' '아니오' 둘로 나뉜다.

노총각에게 아가씨를 소개하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그 아가씨 예뻐요?” 다. 역시 답은 둘이다. 그리고 “날씬 해요?”라고 물어도 답은 둘이다. 물론 시험 결과나 소개녀에 대한 두 질문에 "그럭저럭" "보통이야"라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지만, 묻는 사람이 요구하는 답은 둘이다. '잘 쳤다, 못 쳤다' '예쁘다, 못났다' '날씬하다, 뚱뚱하다' 특히 이런 이분법적 사고의 극치는 이념이다. 보수냐 진보냐. 보수 가운데서도 친박이냐 비박이냐(친이냐 반이냐). 진보 가운데서도 친문이냐 비문이냐(친노냐 반노냐) 등.

이 시의 '둘'은 바로 이런 이분법적 사고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그렇게 둘로 나눌 수 있는가?, 아니 나눌 필요가 있는가? 하고. "두 줄기의 햇빛" 둘로 쪼갤 수 없는 것을 우린 굳이 둘로 억지로 쪼개려 한다. "두 갈래의 시간" 시간도 쪼갤 수 없다. 물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매우 빨리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고 하여 원래의 시간과 또 다른 시간을 설정했지만. 설마 이런 과학 이론을 언급한 건 아닐 테다.

"두 편의 꿈 / 두 번의 돌아봄 / 두 감정 / 두 사람 / 두 단계 / 두 방향"은 '수많은 꿈도 두 개로 한정시키고, 하루에도 몇 번 일어나는 후회도 두 번으로, 무수히 일어나는 다양한 감정도 둘이요, 사람ㆍ단계ㆍ방향도 둘로 나뉜다. 

우린 이렇게 둘로 쪼개려 한다. 그 가운데는 쪼갤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쪼갤 수 없는 게 더 많다. 그럼에도 우린 한사코 쪼개려 한다.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둘로 쪼갤 수 없는 경우가 많음에도 둘로 나누려 한다. 세상은 둘만이 아니라 셋 이상의 많음(多)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나는 가능성 / 다른 하나는 무(無)" 둘로 나뉨에서 발견하는 가장 큰 기쁨도 있다. '불가능과 가능' 이다. 그렇다. 불가능이라 느꼈던 어떤 것도 가능할 수 있음을...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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