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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역사 왜곡·날조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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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역사 왜곡·날조 도를 넘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4.15 1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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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역사는 그 나라의 과거이자 현재요, 또 미래다. 한나라의 현재는 주변과 끊임없이 교류해온 역사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이러한 인류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고 정의했다.어떤 나라도 처음부터 완전한 상태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주변과 끊임없이 교류하고 또한 성장·발전한다. 그래서 그 어느 사회도 자기완결적인 역사를 갖지는 못한다. 그런 차원에서 국사(國史·National History), 즉 ‘한나라의 역사’라는 개념은 성립되기 어렵다.

개인의 역사도 복잡한 씨줄과 날줄로 여 있듯 한나라의 역사는 탄생부터 현재까지 늘 주변 지역과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국사’라는 말을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올바른 의미는 곧 ‘역사’고 역사는 국사와 세계사를 포함하는 ‘광의(廣義)’의 개념인 것이다.

과거사든 현대사든 역사는 오늘의 삶을 위한 교훈이 되고 오늘의 삶의 기록이 훗날의 역사가 되어 미래의 삶의 교훈과 지표가 된다. 그래서 역사는 자랑스럽든 수치스럽든 솔직해야 하고 좋든 궂든 사실이어야 한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최근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작품 폐지를 맞았다. 해당 드라마는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가상의 세계관을 구축한 판타지 장르로, 첫 방송부터 충분한 역사 고증을 거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악령으로 인해 환각에 휩싸인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잔혹하게 학살하는가 하면, 충녕대군이 사제 일행에게 월병과 오리알 등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 등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멀고, 중국풍을 과도하게 드러낸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에 시청자 항의가 빗발치고 광고주가 이탈하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자, 결국 방송사는 해당 드라마의 방영 취소를 결정했다.

이 같은 드라마 속 역사 왜곡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여신강림’에서는 극 중 주인공들이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이, 현재 방영 중인 ‘빈센조’에서는 중국제 비빔밥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철인왕후’에서는 극 중 인물이 우리나라의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라며 비하하는 대사가 등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의 역사 왜곡·날조·약탈이 도를 넘었다. 이들 국가들의 이같은 야욕이 하루 이틀 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최근들어 더 심해졌고, 갈수록 더 노골화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진실을 외면하는 태도다. 마치 사실인 양 거리낌이 없고, 너무 당당해 황당스럽기만 하다.

일본의 올해 역사 왜곡·날조도 끝판이다. 일본 고등학교 모든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한국이 불법 점유하고 있다’는 날조된 내용이 실렸다. 강제징용 보상은 이미 해결됐고, 위안부는 동원 강제성이 없다며 날조된 내용을 실은 교과서도 절반이 넘었다. 침략 전쟁을 버젓이 ‘대륙 진출’로 표기해 미화하고, 심지어 전범들을 옹호하는 교과서도 있다.

중국의 역사 왜곡 역시 그 정도가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중국이 자국의 국경 안에서 일어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포함시키는 동북공정을 노골화하고 있다. 우리의 고대사인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의 지방정권의 역사라며 역사 왜곡을 넘어 날조하고 있다. 그리고 김치·삼계탕·한복 등 우리 고유의 음식 및 복식문화도 자국 문화라며 억지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4년에도 우리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자기 땅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펼친 바 있다. 이른바 ‘창바이(長白) 공정’이다. 막무가내식 역사 왜곡을 더 이상 두고만 볼 수는 없다.우리 정부의 반발이 잇따르자 지난 2007년엔 동북공정을 종료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중국은 물밑에서 내부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 2011년에는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아리랑’을 포함 풍습까지 중국의 무형문화유산으로 포함시켰다. 우리 문화재청이 유네스코에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했던 ‘정선아리랑’에다 다른 아리랑까지 포함해서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신청하기로 하자 중국 측이 공동신청 의사까지 제시한 것으로 보도돼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지금 중국과 일본은 이러한 역사 왜곡에 대해 부끄러움 조차 느끼지 않는다. 과연 자신의 선조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했다는 사실을 후손들이 알게 되면 어떻게 평가할까? 수치심과 함께 자신의 선조들을 매우 부끄러워 할 것이 뻔하다. 일본과 중국은 역사에 또 죄를 짓지 않기를 당부한다.

세계 다수의 나라들에서 역사란 국사의 개념을 넘어 지역사이자 더 나아가 세계사다. 역사는 문명의 탄생 이래 끊임없이 세계화되어 왔고 지금도 변화를 거치고 있다.단순한 ‘국사’를 넘어 주변과의 관계와 세계사를 넘나드는 역사교육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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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요 2021-04-16 08:19:24
왜 정밀화만 그림이고 추상화는 그림이 아니라고 하는걸로 들릴까요. 김정은이 풍자화되는 미국 영화도 재미라는 가치를 가진 작품이고 파리에서 생긴일은 대놓고 역사적인물들로 만든 영화인데 아름답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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