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금요논단] 비대칭 협상이론
상태바
[금요논단] 비대칭 협상이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4.2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식 논설실장

미국의 정치학자 하비브(William M. Habeeb))는 비대칭 협상이론에서 힘이 약한 국가가 강대국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구상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를 분석했다. 구조적으로 큰 힘을 가진 강대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약소국을 마음대로 요리할 할 수 있지만 협상에서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북한과 미국의 핵 협상 과정을 보더라도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권이 예상됐지만 30년 가까이 지루한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협상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일 수 없다. 반드시 협의가 필요하고 조정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슈적 현상을 두고 어느 쪽에서 주도권을 갖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양측의 힘이 균형인 상태에서 펼쳐지는 협상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틀에서 진행될 수 있지만 불균형인 상태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따른다. 구조적인 힘이 강한 강대국은 약소국의 지원을 두고 이슈에 따라 적당히 배분되기를 원한다. 단적인 예로 리비아 우크라이나 등은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받아 성공한 케이스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은 비대칭 상태에서 강대국과의 균형적인 협상의 틀을 유지함으로서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비브는 비대칭 협상이론에서 협상 대상자가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힘의 사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소국도 강대국을 상대로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협상과정에서 나타나는 이슈관련 구조적인 힘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는 이 힘을 의지와 대안 통제력이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강대국을 이길 수 없는 약소국의 경우 이슈관련 협상에서 철저한 논리와 의지가 있어야 힘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적당한 통제력이 첨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리가 부족하고 의지도 약한 상태에서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적절한 통제력을 발휘해 보다 철저한 논리와 대안 의지 등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야 약소국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5월부터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 본격 들어간다. 지방정부는 이때부터 국비확보를 위해 중앙부처 방문을 서두르는 등 예산전쟁이 시작된다.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방정부는 중앙의 지원규모에 따라 살림살이가 결정된다. 기초단체의 경우 보통 당초예산이 5000억 원 안팎이지만 자체 세원은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순수 지방세만 보면 10%도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며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곳이 한두 곳 아니다. 때문에 중앙정부의 지원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규모에 따라 광역단체의 지원규모가 결정되고 기초자치단체의 부담금이 확정된다. 정부는 매년 9월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지만 지방자치단체는 11월 정례회에 당초 예산안을 제출하면 된다. 물론 그 전에 세입과 세출규모를 확정해 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

국비확보를 두고 중앙과 지방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관계이다. 중앙정부는 국비지원이 필요한 자치단체에 예산을 편성하는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강대국이다. 물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관계부처 장관의 결재를 거쳐 기획재정부장관의 결재가 있어야 비로소 국회에 제출된다. 약소국인 자치단체는 국비를 지원받으려면 해당 사업의 관계부처를 방문해 협상을 벌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에 대한 철저한 논리와 타당성이 동반돼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지역을 위해 지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약소국 입장인 자치단체로서는 논리와 의지 대안 통제력 등이 없으면 중앙정부를 설득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과거 태백시의 경우 낙동강 발원지 물길복원 사업을 두고 국비지원은 물론 낙동강수계기금까지 지원받을 수 있었다. 사업의 타당성과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관련규정을 개정해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성의를 보였다. 또한 대학입학시험에서 폐광지역 고등학생들에 대한 농어촌특별전형도 타당성이 있었기에 관련규정을 개정해 즉시 실천할 수 있었다.

자치단체가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사업을 설명하고 국비지원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수년에서 수십 년 걸리는 것이 국비지원 사업이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사업의 당위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중앙정부를 설득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비록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비대칭 관계에 있지만 자치단체의 노력에 따라 사업의 성공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다. 자치단체의 의미 있는 노력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