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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냉전과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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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냉전과 열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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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제사회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100년에 한 번씩 큰 전쟁이 온다는 말처럼 곧 전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지구촌 곳곳에 핵폭탄이 밀집돼 있어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전쟁은 과거와 달리 국지전과 재래식으로 치러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은 첨단 전자 장비를 동원하는 등 대량살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전쟁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75년 동안 큰 충돌 없이 대체적으로 평화를 유지해 왔다. 물론 이 기간 국지전 성격의 전쟁이 있었지만 강대국과 동맹국을 중심으로 치러진 경우는 없었다. 대신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冷戰)이 이어져 수많은 긴장과 갈등관계를 유지해 왔다.

냉전(Cold war)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91년까지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양측 동맹국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과 대립의 시기를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미국과 소련 영국 프랑스 등은 전쟁 승리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등의 국가 지휘권을 두고 대립했다. 당시 전쟁에서 패한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등은 미국의 지원으로 다시 선진국으로 성장했지만 소련과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동구권 공산국가와 중국 등은 경제적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 미국과 한배를 탔던 중화민국은 대만으로 쫒기고 중국대륙은 공산주의 체제인 중화인민공화국으로 회귀했다.

냉전시대의 국가들은 군사적 충돌은 피했지만 무기개발과 군사동맹 핵개발 첩보전 우주개발 등은 앞 다퉈 실시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경제위기를 겪은 공산권 국가들은 1991년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개혁개방 정책인 페레스트로이카를 추진하면서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해 소련(소비에트연방공화국)이 해치되고 러시아가 독립하는 등 냉전은 사실상 종료됐다.

열전(熱戰)은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의미로 실제적인 전쟁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세계는 곳곳에서 영토와 이데올로기를 두고 치열한 갈등이 펼쳐졌다. 1950년 6월25일 발생한 한국전쟁도 3년 동안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당시 남북한 인구는 3000만 명이었으나 전쟁으로 무려 500만 명이 죽거나 다쳤다. 유엔군과 중국군을 합하면 6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955년부터 20년 동안 치러진 베트남 전쟁도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사망자는 무려 150만 명을 넘었고 부상자도 200만 명을 넘었다. 당시 베트남 전쟁에서 사용된 폭탄은 모두 760만 톤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한 폭탄의 3배를 뛰어 넘었다. 그만큼 열전(hot war)은 대량살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강대국과 동맹국 차원에서는 피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최근 국제정세는 신 냉전체제로 변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시작된 미중갈등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면서 봉합될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더 확산되는 추세다. 또한 바이든 미국대통령이 동맹국 복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미국 호주 일본 인도를 연결하는 쿼드 안보체제가 가동되는 등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극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는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는 등 보복성 맞대응을 펼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동맹관계 복원 조짐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이 가한 대북제재도 무의미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엔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언제든지 북한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경제적 압박도 피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미국의 안보라인에 한국은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어정쩡한 태도에 미국이 아예 제외한 것이다. 한국은 중국의 눈치를 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한국을 비아냥거리기라도 하듯 중국은 노골적으로 줄을 잘 서라고 압박한다. 미국도 코로나19의 백신과 방위비 등을 두고 한국에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도 한국을 패싱한 채 미국과 직접적인 대화를 한지 오래됐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라는 한국의 외교무대는 초라하기까지 한다. 러시아-중국-북한의 동맹관계에 맞섰던 미국-일본-한국의 안보라인이 붕괴되면 우리나라는 중심축을 잃어버린다. 정부와 정치권은 신 냉전시대의 대응방안을 조기에 마련해 보다 확고한 외교안보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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