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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5] 소금 같은 정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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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5] 소금 같은 정치는 없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5.05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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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시인
전북 전주 출신으로 2006년 ‘시인정신’을 통해 등단. 시를 쓰기 전에 가곡 작사가로 활동.

<함께 읽기> 우리들은 소금을 그냥 바닷물이 햇볕을 받아 증발한 뒤 남은 결정체로 이해할 뿐이나, 시인은 역시 다르다.

“끝까지 바다이기를 고집하지 않고 / 때를 알아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 물의 환희”로 인식하니까. 물은 참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시냇물, 강물, 바닷물, 수돗물, 지하수는 물론, 눈, 비, 구름, 얼음, 이슬, 눈물, 땀 등 "염전에 말없이 피는 꽃을 보거든 / 사랑에 대하여 말하지 말라" 염전을 가보면 바닷물이 햇볕과 바람에 수분이 빠져나간 뒤 남은 결정체가 꽃 모양의 무늬를 만들어 낸걸 ‘소금꽃’이라 한다. 그래 소금꽃을 보고 ‘아름답다’고들 한다. 눈에 보인 모습만으로는 그런 표현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햇볕과 바람이 주는 모진 시련에도 침묵의 무게로 견뎌 마침내 완성한 변하지 않는 모습의 결정체가 ‘소금꽃’이다.

"바닷물 부드러운 출렁임 속에 / 이렇게 뼈있는 말이 들어 있을 줄이야"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바닷물이 햇볕과 바람에 증발한 뒤 보여주는 뼈, 그 단단함을 우린 잘 안다. 소금 결정체 그 자체는 보잘것없이 보이나 썩어가는 것을 썩지 않게 만들어 영원히 죽지 않고 살아 있게 만든다는 것을. "끝까지 바다이기를 고집하지 않고 / 때를 알아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 물의 환희를 보라" 바닷물이 끝까지 바다이기를 고집했다면 바닷물 그대로 남아 있을 뿐, 변신의 환희를 느끼지 못했을게다.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을 뿐이나,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성경 말씀이 떠오르는 시라하겠다. "죽음으로 거듭난 보석 한줌, / 내일은 또 뉘와 더불어 따뜻한 눈물이 될까?" 바닷물이 죽어야 만들어지는 소금. 그렇게 만들어진 소금은 예전에야 말할 것 없지만 지금도 없으면 살아갈 수 없으니 보석과 같은 존재일 수밖에, 슬픔에 젖은 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소금, 소금 같은 정치는 없는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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