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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물망초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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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물망초 전략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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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그러나 심심찮게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신록의 5월을 시샘이라도 하듯 한반도를 괴롭히고 있다. 과거 5월은 젊음의 계절로 각종 축제가 전국에 걸쳐 펼쳐졌다. 대학가에는 교내 축제가 열려 젊은이들의 설렘과 낭만이 가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낭만적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쉽게 사람을 만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삶이 풍족해졌지만 20대들에게 주어진 짐은 무거워 이런 낭만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보다 대학은 쉽게 갈 수 있고, 부모님의 지원으로 학교는 편하게 다닐 수 있지만 최악의 취업난과 결혼비용 육아부담 집값상승 등이 젊은이들을 옥죄고 있다. 한마디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젊은이들의 정서를 메마르게 하는 것이다. 이는 젊은이들의 탓이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정책이 문제이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국내정치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변화는 무척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인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여야의 싸움과 ‘내편 네편’으로 나누어진 갈등과 충돌은 이젠 식상할 정도다. 정치를 잘해서 여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닌데 기득권의 생각은 착각 속에 빠져 있다. 마치 본인들이 잘해서 정권을 잡은 모양 자만심이 가득하다.

국민들은 과거 여당이 못해서 야당을 지지했지 야당이 잘 해서 여당을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이번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못해서 야당후보가 당선됐지 잘해서 당선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하니까 지지율이 올라간다. 우리가 잘 하니까 정권을 잡은 것이다.’라는 착각은 안했으면 한다. 보다 더 겸손하고 정의롭고 정직한 자세로 국민 앞에 다가서길 바란다. 지지율이 조금 올라간다고 다시 정권을 잡을 모양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좋지 않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말아요’이다. 이 말은 독일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독일의 한 청년이 라인강에 떠내려 오는 꽃을 사랑하는 여인에게 건져 주려다 빠져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라고 한다. 물론 전설이지만 물망초에 대한 꽃말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잊지 말아달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 영화에서도 학창시절 한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졸업선물로 물망초를 주자, 그 남학생은 죽을 때까지 그녀를 잊지 못하고 살았다는 내용이 있다. 물망초는 세계 어디를 가도 쉽게 볼 수 있지만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간절함은 변함이 없다.

최근 물망초의 꽃말을 비유한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나를 잊지 말아요’이다. 한 때 정치권을 주름잡고 좌지우지 했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시대는 변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제도권에 많이 진출했다. 정치 사회 질서도 많이 개편돼 뉴-페이스 중심의 인물들이 곳곳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와 소비 등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취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사회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유독 정치에서만 올드보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신구 조화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인재양성 차원에서 경륜 있는 지도자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만을 위해 제도권에 남아 있으려는 올드보이는 노욕(老欲)에 불과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젊은이들을 양성하고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위해, 아직도 자신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식의 물망초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10여 개월 남았다. 2022년 3월9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여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 선출을 마무리하고 후보선출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야권도 원내대표 선출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할 방침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부여가 크다.

10년 주기로 바뀐 정권교체가 5년으로 줄어들 것인지, 아니면 계속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을 어느 당에서 등장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물론 현재 지지율이 높은 입지자도 있지만 모두 장담할 수 없는 바람 앞에 촛불일 뿐이다. 젊고 신선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난다면 차기 대선구도는 더욱 흥미 있을 것이다. 여야의 대선흥행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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