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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우리나라의 국가 행복지수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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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우리나라의 국가 행복지수 ‘낙제점’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5.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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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우리나라의 국가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5위로 조사됐다. 꼴찌에서 두 번째,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그리스와 터키뿐이다. 전체 조사대상 149개국 중에서는 중위권인 62위에 해당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를 통해 2018~2020년 ‘세계 10위 경제대국 한국, 국민 삶 만족도는 OECD 최하위권’의 부끄러운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KDI는 이들 지수 외에도 생활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도 OECD 국가에 비해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멕시코 다음으로 긴 연간 근로시간, 가장 높은 미세먼지 농도, 고령화 속도, 노인빈곤율 등 어느 것 하나 자랑은커녕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OECD 세계 포럼 축사를 통해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이를 사회발전의 척도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18대 대선에서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국민을 행복하게 못하면, 정부의 존재가치가 없다”고 단언하면서 취임했다.그런데 OECD 행복지수 순위에는 무의미한 변동이 있을 뿐 여전히 ‘낙제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행복지수 하면 핀란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계적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이다. 행복지수의 사전적 의미는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적 가치 뿐 아니라 삶의 만족도, 미래에 대한 기대, 실업률, 자부심, 희망, 사랑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서 측정하는 지표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이었다.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다. OECD 37개국 가운데는 35위.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가 역시 맨 앞이다.

근무환경이나 생활측면에서도 최하위권 이었다. 연간 근로시간이 1967시간으로, 멕시코(2137시간) 다음으로 가장 길었고, 미세먼지 농도는 27.4㎍/㎥로 가장 높았다. 노인 빈곤율도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3배에 달했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한국이 국민 삶의 만족도는 OECD 맨 끝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저출산 고령화, 가계부채, 내 집 마련의 꿈 등 어느 분야하나 녹록한 곳이 없다. 삶이 팍팍하다보니 자살률도 회원국 중 가장 높을 뿐 아니라 15년 가까이 1위를 지키고 있다. 경쟁이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라고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감당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정신적 갈등으로, 중·장년층은 경제적 문제로, 노년층은 질병으로 인한 자살이 빈번하다.

사회가 행복하지 않을뿐더러 건강하지도 않다는 이상신호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한 삶'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가 바로서야 한다. 정치가 바로서야 비로소 민생을 돌볼 수 있고, 특권과 반칙없이 소외된 이웃을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을 ‘민생’으로 포장하고,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우선으로 내세워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치닫는 정치적 행태는 국민을 지치게 할 뿐이다.내 편 네 편 갈라 싸움을 부추기고, 정쟁의 도구로 삼거나 화려한 수사와 언변으로 무장한 내로남불식 태도는 오히려 사회 공동체의 유대만 해치고 만다.지금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국민이 결코 행복해 질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모두들 ‘행복’에 천착해 있지만 정작 행복지수는 낮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처럼 한국인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널려 있다.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우리가 한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를 곱씹어 볼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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