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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매매 집결지와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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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매매 집결지와 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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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0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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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대전역을 중심으로 정동, 중동, 소제동, 삼성동지역은 전통적인 구시가지이지만 대전이 서쪽으로 팽창하면서 낙후지역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공영 민영재개발, 도시재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높은 공시지가와 구도심이라는 핸디캡으로 쉽게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주 오랫동안 말만 무성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토부와 대전시가 대전역을 중심으로 하는 역세권 개발과 정동 쪽방촌 개발, 중동지역 도시재생 등 구시가지가 공공과 민영개발로 환골탈퇴를 위한 용트림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도시개발에는 아무리 잘해도 명암이 있다. 그러다보니 때론 그동안 서로 어울려 살아가던 지역민 간에 찬성과 반대로 진영이 나뉘어 서로 반목하기도 하고, 각종 분쟁에 휘말리기도 한다. 개발에 대한 이익을 기대하고 찬성하는 쪽은 적극적으로 개발을 지지하고 개발로 인해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거나 당장 생존권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개발을 저기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대체적으로 소규모 토지 가옥주나 세입자들은 대부분 반대하는 편에 속하고, 대토지 가옥주들은 찬성하는 편에 속하는 편이 다반사다. 그런데 도시재생은 결을 조금 달리 하는 것 같다. 반대하는 쪽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찬성하지만 찬성하는 사람들 간에 생각이 제각기이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을 염두에 두고 행보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이 지금 중동 도시재생 지역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성매매 집결지에 관한 것인 것 같다. 대전역을 중심으로 아주 오래된 성매매 집결지가 있다. 다행히 정동지역은 이미 자연 쇠퇴하거나 어느 정도 정리되어 정동 뒷골목은 청소년 출입금지구역이 해제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동 맞은편인 중동은 아직 성매매 집결지로 남아 있다. 심지어 얼마 전 성매매 집결지 폐쇄 대책위원회의 발표에 보면 이곳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성매매집결지라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의 이해관계가 도시재생에도 얽히게 마련이다.

대전시의 도시재생 사업에는 당연히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게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일부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되고 있기에 도시재생사업이 아니어도 당연히 집결지 폐쇄는 행정적으로 이루어져야 마땅하다. 그러니 대책위원회의 성매매집결지 폐쇄 주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하여 성매매 업소들이 양성화 해 달라는 주장도 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성매매집결지는 당연히 폐쇄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성매매가 불법이기에 당연히 근절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성매매 여성들을 범법자 대하듯이 해서만은 안 된다는 것이다. 성매매 행위 자체는 불법인 것은 맞지만 성매매 여성들이 탈성매매 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법의 잣대로만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눈에 보이는 집결지만을 없애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집결지 폐쇄와 동시에 아니 그 전에 먼저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즉 생계대책 및 자활대책이 철저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성매매 여성들 대부분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벧엘의집 희망진료센터가 대전역 인근에 있다 보니 무료진료소를 이용하는 분들이 쪽방, 거리 노숙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지는 않지만 성매매 여성들도 아프면 찾아오는 곳이 바로 무료진료소이다.(예전에는 동구보건소와 함께 성매매 여성들의 성병검진 및 건강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희망진료센터에서 만난 대부분의 성매매여성들은(호객행위를 하는 분들을 포함하여) 가난으로 인해 생계가 녹녹치 않았다. 성매매를 하고 있는 현재에도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집결지가 폐쇄되면 더욱 생계에 곤란을 겪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을까?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대책이 꼼꼼히 마련되지 않으면 풍선효과처럼 또 다른 지역에서 불법 성매매를 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집결지 폐쇄의 근본적인 방안은 공간과 지역이 아닌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분명 성매매 집결지는 불법이기에 폐쇄되어야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성매매 여성들이 온전하게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대책도 선제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그들이 범법자가 아닌 건강한 우리사회 일원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라기는 그동안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해 방치되다시피 했던 대전역 인근 성매매집결지 문제를 도시재생 사업을 매개로 근본적인 대안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원용철 벧엘의집 담당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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