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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1인 가구 증가, 서민경제 시스템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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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1인 가구 증가, 서민경제 시스템 위협받고 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6.1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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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9월 전국 1만 997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지난달 30일 공개했다. 결과를 보면 지난해 ‘나 홀로’ 사는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의 30.4%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세 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1인 가족인 셈이다. 2015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1인가구 비율은 9.1%포인트 올랐다.

1인 가구가 늘면서 MBC 예능프로그램인 '나혼자 산다'도 7년이 넘는 장수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출연자들의 삶에 리얼함까지 가미되면서 진정성있는 잔잔함이 시청자들을 붙잡고 있는 셈이다. 일부는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보며 공감하고 부러워하며 때로는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표방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의 증가는 저출산 시대를 넘어섰다. 서민경제 생태계의 변화가 일고 있으며 사회와 산업시스템도 보조를 발맞추고 있다.  정부도 나라 살림을 보살피는 동시에 1인 가구의 경제 시스템을 챙겨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0 통계로 보는 1인가구’를 보면, 지난해 1인가구는 614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0.4%로 집계됐다. 20대가 가장 많았으며 30대와 50대, 60대가 뒤따랐다. 여성 1인가구 중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이 높았고 남성 1인 가구는 30~50대 비중이 컸다.

이들 가운데 주거의 형태를 보면 보증금이 있는 월세 형태가 38%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자가는 30.6%, 전세 15.8%, 보증금 없는 월세는 9.3%였다. 1인가구가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은 전세자금대출이 29.9%로 가장 많았으며 월세보증금(21%), 장기 공공임대주택(16.7%) 순이었다. 소득분포로는 연소득 1000만원~3000만원 미만이 44.2%로 가장 많았다. 1000만원 미만이 33.9%에 달했다.
내수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는 서민경제를 점차 파괴하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쪼그라들고 있다. 1인 이상 가구의 총소득을 기준으로 2017년과 2019년의 소득 1분위(저소득층) 계층의 근로소득을 비교한 결과 1분기 기준으로 4만7000원이 감소했다. 2020년 근로소득을 더하게 된다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더 나아가 1인 가구 이상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전·월세 거주자들은 정부의 지원을 애타게 바라고 있는데 은행들의 대출문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목표를 지키라며 압박한 결과다. 정부의 지속된 압박으로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추가로 줄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5대 주요은행들이 내준 지난달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103조원을 육박했다. 정부가 주택 규제를 강하게 옥죄면서 전세대출 수요가 몰렸고 결과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가 고가(9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막자 대출 막차 수요가 커졌다. 전세 매물은 줄어들었다. 집주인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월세 값이 오르면 서민경제의 부담이 되고 1인 가구의 몰락으로 전이될 수 있다. 정부는 각종 대출 규제로 당장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 있겠지만 인상되는 전세와 월세 값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 수요는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생활자금 수요까지 겹치면 은행들의 문을 못 넘은 서민들이 제2금융권, 대부업,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고 질 나쁜 대출은 우리 경제에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의 3차 대유행으로 서민들은 직장을 잃거나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다. 자영업자는 소득이 줄어 한탄과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들은 어디가서 호소할 곳도 없다. 정부의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금도 모호한 기준에 복잡한 소득 감소 증빙 등 실효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고독사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무관심 속에 홀로 살다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증가하고 있는 고독사에 대해 고령화ㆍ핵가족화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과거 홀로 사는 노인 가구 층에서 많이 발생한 고독사는 점차 중장년층과 청년층에서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한 방안으로 골목 상권을 보호해야 한다. 골목 상권이 사회관계망 구축의 최일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네의 작은 가게는 주민들의 식생활을 포함한 기본 생활을 보호하고, 타인과의 교류를 통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혼자 사는 사람의 안부를 살피는 구심점 역할도 하는 소중한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는 곧 고독사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이기도 하다.

서민경제는 아우성이고 1인 가구 경제 시스템은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애달픈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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