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잃어버린 일상 되찾을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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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잃어버린 일상 되찾을 권리는 모두에게 있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6.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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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를 전국민에 20%에 가까운 속도를 내면서 방역신뢰 국가와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본격 추진, 이르면 내달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민에 한해 해외 싱가포르·괌·사이판 등을 대상으로 단계적 단체여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여행안전권역 추진 방안을 발전격 표했다.

국내에서 5월 말 이후 백신 접종이 속도전을 내고 있다. 각종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질병관리청의 백신 접종 현황을 살펴보니 1일 0시 기준으로 1회차 접종자는 579만1503명, 접종 완료자는 217만1336명이었다. 누적 접종 건수는 796만2839건이었다. 앞서 지난달 29일엔 미국으로부터 101만명분에 해당하는 얀센 백신이 전달됐다.

당초 한·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것보다 거의 2배가 많은 물량이었다. 인센티브 지원 등 여러 캠페인이 효과를 보아서인지 최근 예약 이후 접종률은 98%에 달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 중 접종 의사를 밝힌 비율은 69.2%로 1개월 전에 비해 7.8%포인트 증가했다. 백신에 대한 악성 루머 때문에 우려가 있었지만 접종 거부감은 크게 줄어든 게 확연했다.

이런 흐름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주도해 설립한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일 오후 사이트에서 살펴보니 한국의 인구비율 접종률 순위는 최근 며칠 사이에 크게 올랐다. 10%를 훌쩍 돌파해 6% 수준인 아시아 평균치보다는 높았으며, 세계 평균치와 비슷했다.

물량이 늘어나고, 접종률이 상승하고, 노쇼 백신 접종과 접종에 따른 인센티브가 버무려지면서 희망이 현실이 되고 있다. 그간의 경험을 근거로 한다면 하루에 접종자 200만명 달성도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보건당국은 지난해 10월 하루 209만명에게 독감예방 접종을 하기도 했다.

그래도 흥분은 금물이다. 한국과 국제사회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전문가에게 의견을 물었다.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주도로 설립돼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제롬 김 사무총장이 답을 줬다. 김 총장은 희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백신 확보와 의료시스템을 고려할 때 한국의 집단면역 시기는 정부가 목표한 11월 비해 앞당겨질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아이슬란드는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했다. 아이슬란드 보건부는 “이 증명서가 있으면, 다른 나라로 갈 때 코로나 검역 조치를 면제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부 유럽 국가들은 “올 여름휴가 땐 백신여권이 관광업을 부흥시킬 황금티켓이 될 것”이라며 일상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대로 영국은 백신여권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계획하면서, 축구 경기나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에 백신여권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었다. 하지만 개인 의료정보를 요구하거나 제시하는 게 윤리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백신 접종률이 높아서 접종 여부를 증명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도체 전쟁과 ‘백신 여권’ 등의 논의가 빈번한 때에 백신 확보와 접종 속도전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은 경제적 측면 등에서는 국가안보와 연결된다. 좀 더 확장하면 이는 우리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과거에도 여권에 대한 시선은 분분했다. 여권이 국제 이동을 위한 필수 문서로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100년 전인 1차 세계 대전 직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세는 여행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억압적 발명품’이라고 했다.

미국 사회학자 존 토피는 ‘장악의 역사’라고 명명했다. 그가 쓴 ‘여권의 발명’을 보면 ‘여권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이동수단을 독점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국가(여권) 없는 사람’, 난민으로 분류돼 소외된 존재로 살아간다고 했다. 내달부터 백신여권을 소지한 단체 여행객에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이 적용된다. 특정 국가를 방문할 때 자가 격리 없이 여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백신여권이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백신 접종이 어려운 임산부와 알레르기 환자,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 이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백신 인센티브에 인간 존엄과 평등 원칙이 빠지진 않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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