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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인구 오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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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인구 오너스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6.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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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인구감소로 벌어지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9명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그나마 지방의 대도시 중심으로 증가되던 인구도 최근 들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인구가 줄면서 소비경제도 감소해 지역경기 침체는 물론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가 주장하는 도시 소멸론도 현실화 되는 느낌이다. 인구감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둔 분야에서 도시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1960년대 이농현상으로 농촌인구가 감소하자 제일 먼저 찾아온 것은 초등학교의 분교화였다. 그나마 명목을 유지하던 농촌지역 초등학교와 분교도 1990년대 후반부터 폐교되기 시작해 2000년대에는 중고등학교까지 확대됐다. 특히 최근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대학이 발생하고 있으며 지방의 상당수 대학은 정원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다.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수들을 비롯해 학교 관계자들이 학생을 모시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인구 오너스(Demographic Onus)는 생산주체가 되는 연령대의 인구가 감소하여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현상을 말한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급속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 구조도 인구 오너스 상태이다. 반대로 생산주체가 되는 연령대의 인구가 늘어나는 것을 인구 보너스라고 한다. 한 나라 전체인구에서 생산연령(15~64세)의 비중이 하락하고 부양해야 할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경제성장이 둔화된다.

인구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문화 사회현상의 기본 토대가 된다. 인구가 있어야 사회 전반에 걸쳐 활력이 생기고 재화와 용역의 기본 틀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1996년 인구 오너스를 겪으면서 생산과 소비가 위축되고 산업 전반의 수요가 감축되면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한국도 2018년 고령화(65세 이상 인구 14% 이상)사회에 진입했으며 2026년에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으면 초고령화 사회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224개국 가운데 22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복지비 부담은 현재 15% 안팎이지만 늘어나는 고령화로 인해 점점 증가할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2060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생산 가능한 인구는 49.7%, 고령화는 40.1% 대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구성된다면 젊은이가 해야 할 일들을 누가 한단 말인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출산대책비로 지출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셋째아이 양육비 보조는 첫째아이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이어 대학까지 등록금 반값을 지원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출산율이 저조한 원인이 자녀교육의 부담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컸으나 최근에는 이마저 붕괴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결혼과 출산의 기피 원인이 교육비 부담이 아니라 여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한 젊은이들의 의식구조 변화라고 집계됐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은 여행과 자기계발 등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지나치게 교육중심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이러한 원인에 대해 과거 교육열이 낮은 시대에는 교육비 지원이 효과를 거두었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의 사회관계망이 다양해 교육비 지원만으로는 저 출산율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직장과 가정경제 여가와 가정 등을 혼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단순히 일만 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구조는 기성세대들의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들을 깰 수 있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 제공은 물론 20~40대들을 위한 지원책이 사회 각 분야에서 골고루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대에 대학을 졸업하면 사회에 진출하는 희망과, 30대 전후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고, 40대 전후에는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희망이 있어야 인구 오너스 같은 불안정한 사회구조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답습해온 정부의 출산율 정책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 변화만이 인구절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교육비 지원을 통해 자녀출산을 종용하는 것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그렇다고 교육비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생산연령에게 과도한 짐을 안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 길아보는 ‘물고기를 잡아주면 하루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의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담론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근시안적 정책 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인구 오너스를 해결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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