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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1사1촌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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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1사1촌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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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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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2000년대 초 WTO, DDA, 중국의 WTO가입(2001년), 한·칠레 FTA타결(2004년) 등 농업 시장개방이 확대되면서 농업·농촌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외국 농산물이 한국 시장을 덮친다는 공포감이 고조되면서 농민단체들의 시위가 한창 격화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농촌의 소득감소를 보전하며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문화일보와 농협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농촌사랑-1사1촌(1社1村)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2004년부터 2012년까지 계속된 언론사상 유례없는 장기 특별기획으로 단순한 농촌돕기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모델이 됐고, 한국 농업·농촌사에 신기원을 열었다.

1사1촌 운동은 1개 기업과 1개 마을이 자매결연을 맺어 일손 돕기, 농산물 직거래, 농촌 체험 및 관광, 마을가꾸기, 편의시설 개선, 농촌발전기금 지원, 의료 및 법률지원, 다문화 가정 지원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했다. 기업은 농촌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 이미지의 제고를, 마을은 기업에게 안전한 농산물과 생태환경을 제공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농도상생(農都相生)을 실현시켰다. 결연건수가 9000여건에 달했으며, 유·무형의 교류금액은 1조원을 훨씬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1사1촌에 미래있다’, ‘1사1촌이 희망이다’, ‘1사1촌으로 FTA넘는다’, ‘나의 농촌사랑기(記)’등 특별기획 시리즈로 화제를 모으면서 1사1촌 운동은 불길처럼 타올랐다. 1980년대의 기업평가는 사업규모 확대, 1990년대에는 이윤추구가 우선이었고, 2000년대 들어 1사1촌 운동으로 고도의 윤리경영과 사회공헌활동의 물꼬를 트는 새로운 평가기준이 되기도 했다.

특히 기업최고경영자(CEO)나 단체장의 어릴적 농촌에 대한 추억을 담은 농촌사랑기의 감동이 농촌사랑의 견인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당시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대 재학시절 집안이 어려워 학기 초 등록만 하고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거들었다”며 “농사짓다가 검게 그을린 얼굴로 상경해 친구 노트를 빌려보고 시험을 치른 후 다시 내려가는 생활을 재학 중 반복해야 했다.”고 한다.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도 “어릴 적 한학자이신 조부로부터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배우면서 이농치국(以農治國)의 큰 밑그림을 그려 보곤 했다”고 한다.

문화일보의 1사1촌 운동은 공로를 높이 인정받아 2005년 한국농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대산농촌문화상’과 2006년에는 ‘삼성언론상’을 수상했다. 중국판 1사1촌 운동인 ‘1심1촌(1心1村) 운동’을 전개 중인 중국의 런민르바오(人民日報)와 광밍르바오(光明日報) 등 언론사 취재단이 2006년 방한해 특별기획의 노하우를 배워갔다. 2011년에는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 학생들에게 1사1촌 운동의 참된 의미와 가치를 교육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우리 농촌을 지원한다는 명분하에 사회적 범 국민운동으로 장려되고, 기업에 유행하던 1사1촌 운동이 2013년부터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점점 사라져 버렸다.

일본의 작은 산촌에서 기업이 나선 지역 가꾸기의 한 사례가 떠올랐다. 도쿄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걸리는 곳에 나가노현 오부세(長野縣 小佈施)라는 작은 지역이 있다. 지역특산물인 밤나무를 활용한 나무벽돌로 정비된 인도, 아기자기하고 예쁜 쌈지 공원들, 걸으면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깨끗한 수로들, 게다가 개인주택 모두가 개방정원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지원은 이 지역의 밤을 소재로 밤소주, 밤양갱 등을 만드는 ‘오부세도(小佈施堂)’라는 작은 기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 농촌은 공동화(空洞化), 고령화, 인력부족, 국내외 경기침체, 지속적 농식품 수입확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상황이다. 농업은 식량안보와 환경재화 공급, 국토보전 기능 등 다원적 가치를 지닌 국가의 기간산업(基幹産業)이다. 코로나19를 딛고 온 국가가 재도약하려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각별한 사랑과 ‘1사1촌 운동’이 재 점화 돼야 하는 시기다. 농촌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는 말은 그냥 구호가 아닌 사실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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