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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0] 부부의 아름다운 포옹은 연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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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0] 부부의 아름다운 포옹은 연민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7.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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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 시인(1966년생)
전북 장수 출신으로 연세대 국문과 졸업. 1994년 ‘창작과 비평’  을 통해 등단, 현재 순천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함께 읽기>부부가 된다는 것, 모르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만나 한 몸을 이룬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누군가와 만나서 맺어진다는 건 단순히 인연이란 말로 마무리하기엔 더 큰 끌어 당김이 있었을 게다.

졸혼(卒婚)이란 말이 더 다가오는 나이임에도 괜히 '신혼'이란 제목에 이끌림은 그 시절 풋풋했던 아내의 모습을 찾기 위해서일까.

"아내의 몸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면서 / 그 몸의 내력이 오히려 애틋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 몸을 보려고 하면 볼 수 있건만 이젠 내가 피한다, 축처진 가슴,  탄력 잃은 피부, 그렇게 만든 원흉이 세월이 아닌 바로 '나'라고 깨닫는 순간 그 애틋함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녀의 뒤척임과 치마 스적임과 / 그릇 부시는 소리가 / 먼 생을 스치는 것 같다"  요즘 만나는 벗이나 모임 사람들에게서 부부끼리 각방 쓰며 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내는 높은 온도를 좋아하나 나는 낮은 온돌 좋아해서 그렇다는 남정네나, 잠잘때 코 고는 소리가 싫어서 하는 여인네도 있고... 그렇게 가까웠던 부부가 나이 듦에 조금씩 거리를 둔다. 팔베개 안 하면 잘 수 없다고 했던 그 부부가 '몸 부대끼는 게 싫어서'로 바뀐다.

"그녀의 도두룩하게 파인 / 속살 주름에는 / 사람의 딸로 살아온 내력이 슬프다"  언젠가 하도 아내가 몸단장을 많이 하는 것 같아 투정했더니, "그동안 당신이 술 취해 늦게 들어올 때마다 걱정하고, 또 백혈병으로 5년을 넘게 병수발을 하는 바람에 얼굴이 남보다 빨리 망가져 몸단장을 할수 밖에 없다"는 말에 뒤 돌아서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가 같이 살자고 한 것이 / 언젠가" 나이 듦에 아내의 흠집이, 남편의 부족함이 애틋함으로 묻어난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노래가 흥얼거려 지면서  "연민이야말로 부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다"는 문태준 시인의 멋진 말이 생각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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