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책은 변경될 수 있다.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할 때와, 정책을 집행할 때의 안팎의 여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관성과 예측, 기대의 측면에서 본다면 정책이 바뀌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해서 정책의 수정과 변경이 요구되는 상황이 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정책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무척 고민스럽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기본 임무는 주민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인데, 정책을 유지하느냐, 변경하느냐에 따라 주민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계량화하고 수치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책 변경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행복지수를 산출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때 필요한 일은 주민 설득과 소통이다. 왜 정책을 변경할 수 밖에 없는지 지자체장으로서 솔직하고 진정성있게 주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필자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군포2동 주민센터를 삼성마을로 이전하겠다고 민선7기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시장 취임 후 공약 검토과정에서 변경 요인이 발생했다. 삼성마을로 이전할 경우 군포2동 주민센터 인근의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약의 당위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공약 수정요인이 발생했음에도 그대로 고수해야 하나, 아니면 많은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공약 유지라는 명분보다는 변경이라는 현실을 택했다. 대신 이전대상 부지에는 가족센터를 건립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기준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였다. 그 때 떠오른 것이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이었다.
다음 과제는 공약 변경에 대한 주민 설득이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많이 혼났다. 왜 사전 의견 수렴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하느냐는 거다. 수차례 시민소통 간담회를 가졌다. 이유야 어찌됐든 공약이 변경돼서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대신 삼성마을에 가족종합복지시설인 가족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어떻게 하면 진정성있게 주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심을 많이 했다. 결국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그 후 가족센터 건립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7월 7일에는 건립 기공식도 가졌다. 공약 변경에 대한 주민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가족센터 건립공사를 알차게 진행하고 센터가 내실있게 운영되도록 하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시정 추진에서 시민들과 함께 한다는 점을 다소 소홀히 한 것이 아닌가 반성해본다. 공약 변경 사유가 발생했을 때 즉각 시민들과의 소통에 나섰어야 했다. 마찬가지로 시정 추진에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주민과의 소통에 착수해야 한다. 머뭇거릴수록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왜 수정할 수 밖에 없는지 배경과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정 변경보다는, 시정 변경에 따르는 소통을 소홀히 하는 것이 잘못이다. 솔직하면서도 유연하고 순발력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서 공자(孔子)는 “군자는 시비를 가려서 옳은 것을 따르고, 무조건 믿지는 않는다. 허물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 것이 허물”이라고 했다. 잘못이나 판단착오가 발생하면 고집부리지 말고 유연하게 수정하라는 뜻일 거다. 여기서 기준은 백성들의 행복이다. 2천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과 군포시의 시정구호인 ‘시민우선 사람중심’ 같은 의미라고 본다. 위민정책도 중요하지만, 소통도 그에 못지 않게 세심히 해야 한다. 위민시정이 목표라면 소통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다. 결국 종착지는 시민이다. 시정과 소통은 시민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존재함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한대희 경기 군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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