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문제열의 窓] 양평에서 만난 가치소비...수미농촌체험마을 방문기
상태바
[문제열의 窓] 양평에서 만난 가치소비...수미농촌체험마을 방문기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7.28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7월 24일 토요일. 양평군 단월면 ‘수미농촌체험마을’을 찾았다. 불볕 더위였지만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 덕에 용기 내어 발걸음을 디뎠다.

마을방문에 앞서 물과 꽃의 정원 양평 ‘세미원(洗美苑)’을 찾았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한강 두물머리에 수질정화 능력이 뛰어난 연꽃을 심은 곳으로 사시사철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세미원’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觀水洗心 觀花美心) 옛 말에서 왔다 한다. 배다리를 빨래판으로 깔아 둔 것도 흐르는 한강물을 보며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조성된 것이라 한다.

경기도 지방정원 제1호 등록을 계기로 양평의 수많은 민간정원과 마을가꾸기 사업, 공동체 정원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지역발전 전략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세미원은 생태적 가치를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문화관광산업과 연계하는 농업․농촌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의 희망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세미원 생태탐방을 마치고 30여분을 달려 단월면 ‘수미농촌체험’ 마을에 도착했다. 첫 체험은 쌀 피자 만들기. 평소에도 즐겨 먹는 피자지만 직접 만들어 먹는 체험은 어린 아이 같은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밀가루와 쌀가루(흑미)를 7:3으로 배합해 숙성 시켜 둔 쫄깃한 도우(dough;반죽)에 마을 주민이 직접 재배한 토마토로 만든 소스를 바르고 갖은 토핑(topping;장식) 재료를 올려 모양을 냈더니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오븐에서 바로 구워 나온 피자의 맛은 지금까지 먹어 본 어느 피자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체험객들이 많아 위생상 문제는 없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였다. 모든 과정이 청결한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아무 문제점도 찾을 수 없었다. 쌀 소비가 줄어 농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데 밀가루 중심 피자에 쌀가루를 혼합해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마을 식당에 준비한 맛있는 점심은 감동이었다. 쌀 피자로 배를 채운 직후였으나 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에 부녀회원들의 손맛을 더한 맛깔스런 가지무침, 오이소박이, 쌈 채소 등 반찬은 과식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오후에는 옥수수 수확 체험을 했다. 수확체험을 하면서 옥수수는 알맹이, 뿌리, 줄기, 잎, 등 모두가 유용하다는 것을 배웠다. 알맹이는 식량 자원으로 수염과 속대, 뿌리는 자연 치료제로 줄기와 잎은 사료로 이용되어 버릴 것 하나 없었다. 특히 옥수수 수염의 플라보소이드 성분은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관질환, 동맥경화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옥수수 생산량이 많은 산간지에서는 강냉이밥·강냉이수제비와 같은 주식으로, 옥수수설기·옥수수보리개떡과 같은 다양한 별식으로 먹고 있다. 옥수수는 바로 쪄서 먹고 나머지는 지퍼백에 담아 냉동보관해 먹는 방법이 가장 좋다. 옥수수는 수확하고 오래 보관할수록 당분이 전분으로 변화기 때문에 단맛이 떨어진다.

키 큰 옥수수 사이를 누비며 옥수수를 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거친 옥수수 잎에 살갗이 쓸리는 것도 고통이고 줄기에서 옥수수를 꺾어 내는 일도 요령이 필요했다. 수확한 옥수수를 옮기는 일 또한 큰 힘을 필요로 했다. 몇 자루 수확하지 않았는데도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노동의 신성함을 느끼기 보다는 ‘농사일은 참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작은 텃밭에서 소소한 즐거움으로 행복을 느끼며 접한 농사로, 삶의 전부가 농사인 농부를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판단했던 것이 나의 무지와 오만이었음을 짧은 옥수수 수확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농산물을 소비할 때 단순 소비가 아닌 농산물을 생산해 낸 농부의 땀과 노력의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갖게 됐다.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사는 생산적인 소비자가 됐다는 뜻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은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체험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옥수수 판매도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한다. 체험농장방문이 바로 가치를 사는 소비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