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휴가철 자발적 방역수칙 실천이 필요한 때다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휴가철 자발적 방역수칙 실천이 필요한 때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7.29 1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걱정스러운 점은 휴가철과 겹쳐 있다는 점이다. 휴가를 계기로 지역 간 이동이 최고점으로 다다르고, 이를 통해 전파된 코로나19가 통제 불능 사태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경고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마스크 생활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다가왔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들뜬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7~8월은 휴가철이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직장인의 올 여름휴가 기간이 3.7일로 집계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는 직장인 42.2%가 여름휴가를 간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기간과 희망자 감소는 코로나 19 때문으로 보인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19가 일상생활은 물론 여름휴가를 망쳐놓은 것은 분명하다.

그나마 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도 고민이 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마땅한 휴식처를 찾지 못해서다. 인기 있는 휴가지일수록 감염 위험이 높은 탓에 가고 싶은 곳은 많아도 정작 갈 만한 곳은 없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올여름은 유난히 더울 것이란 기상청의 예보도 거슬린다. 코로나19로 무미건조한 생활이 되풀이되는 가운데 폭염까지 가세한다니, 여름나기가 더욱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즈음은 일 년 가운데 가장 더울 때다. 무더위에 작업능률이 떨어진다. 일정 기간 작업이나 근무에서 벗어나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하자는 취지가 휴가다. 휴가는 ‘쉰다. 편안한 상태로 들어가다.’의 휴(休)와 ‘느긋하고 여유 있게 지내다, 틈, 겨를’의 가(暇)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어디서 휴가를 보내야 휴가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이번 여름휴가도 물 건너갔다. 꼼짝없이 집콕 신세다. 안전안내문자는 수시로 울리고, 확진자 숫자는 줄어들 줄 모른다. 이 와중에 델타 변이까지 극성이다. 올여름쯤엔 마스크 벗는 날 올 줄 알았는데, 기대가 너무 컸다. 아이들은 네 번째 ‘코로나 방학’에 들어갔다. 엄마들은 돌밥(돌아서면 밥 차린다) 전쟁과 보육 대란 치를 생각에 몸서리친다. 7말8초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도 휴가 기분이 나지 않는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가족 말고는 5인 이상 모여 본 기억이 까마득한데, 사적모임이 다시 4인으로 제한됐다. 코로나 블루(우울)와 레드(분노)를 넘어 블랙(절망과 암담함)에 이른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간다. 일상화된 비난의 정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펜데믹’으로 번질 기세다. 자영업자들의 절규, 취준생들의 한숨, 어르신들의 고독, 취약계층의 눈물 속에서 또 한 번 여름의 절정을 맞았다.

모두가 힘든 계절. 이게 다 더위 때문이다. 코로나에 지쳐있던 마음이 폭염에 무너진다. 높은 습도는 짜증을 돋운다. 쓸데없이 예민해지고 툭하면 신경질이다. 무더위에 녹아내린 감정조절 스위치는 자꾸 오작동을 일으킨다. 불끈 화가 났다가 질끈 머리도 아프다. 바깥은 찜통인데, 이상하게 마음의 온도는 냉골이다. 배려도 관심도 의욕도 차갑게 식어간다.

모든 걸 코로나 탓, 더위 탓으로 돌려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득해진 마음으로 다시 휴가를 생각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휴식이다. 마음의 휴식. 이번 여름휴가는 ‘마음을 돌보는 시간’으로 채워보자. 찬찬히 나를 들여다보고 쓰다듬고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4차 대유행에도 흔들림 없이 코로나에 맞설 수 있도록 말이다. 휴가(休暇)를 휴가(休家)답게 집에서 먹고 자고 쉬면서, 이왕이면 홈캉스(홈+바캉스)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좋겠다.

실제로 휴가철 이후 코로나19 대유행이 엄습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벨기에 브뤼셀대, 벨기에 KU루벵대 레가연구소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이 계통학적 모델을 만들어 유럽 10개국에서의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2차 유행 당시 얼마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계통이 유입됐는지 분석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10개국 중 대다수에서 전파된 바이러스 계통의 절반이 지난해 6월 15일 이후 각국에 새롭게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여름철 코로나19 환자수가 많았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등은 8월 15일 이후 외부 유입 바이러스 계통에 의한 전파가 상대적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석은 7월 하계 휴가시즌을 통해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올해 본격적인 휴가시즌을 앞두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우려하는 점은 수도권의 강력한 코로나19 관련 조치와 휴가철이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풍선효과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으로 수도권의 휴가 인구가 쏟아져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 역시 이런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경제적·사회적 판단 때문인지 강력한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실정인 셈이다. 수도권 거주자들은 최소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일 때까지는 지역 여행을 잠시 미루는 게 바람직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