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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군부대급식, 지역농산물 공급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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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군부대급식, 지역농산물 공급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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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0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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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지난 4월 군부대 내 형편없는 부실 급식이 사회적 반항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휴가 복귀 후 격리 중인 병사들에게 부실한 급식이 제공된 것인데 온라인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에는 밥과 브로콜리 3조각, 깍두기, 감자 1/4쪽, 고추장뿐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격리기간 동안 급식을 아예 받지 못한 일이 빈번했다’라는 제보도 이어졌다. 한 장병이 올린 또 다른 사진에는 삼치조림과 방울토마토, 멀건 국이 급식으로 제공됐다.

군인 밥상 부실 논란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낮은 급식단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올해 병사 1인당 급식단가는 한 끼 2,930원으로 서울시 중학생 급식단가 1끼 5,688원에 절반 정도다.

조리인력과 급양 관리관 부족도 심각하다. 육군부대기준으로 병사 150명당 조리병(취사병)은 2명에 불과하다. 영양사는 아예 없고, 대다수 조리 경험이 없는 사병 1명이 매일 75인분의 삼시 세끼를 책임지는 상황이다 보니 맛있는 메뉴를 생각할 틈도 없다. 여기에다 배식을 관리․감독하는 급양 관리관(부사관)이 병력 350여 명을 기준으로 1명씩 편성되는데, 그 이하 규모 부대는 급양 관리관이 따로 없다.

이에 국방부가 내년부터 장병들의 기본급식비를 하루 8,790원에서 1만500원으로 19.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조리병 여건개선, 민간 조리원 확충, 배식 관리 강화, 영양사확보, 군 식자재 조달 방식 개편 등도 추가했다. 그러면서 식재료 조달체계를 현행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고, 수의계약 방식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해 장병 선호와 건강을 우선 반영하는 ‘선(先) 식단 편성 후(後) 식재료 조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농업인들은 이런 국방부 발표에 대해 부실급식의 주요 원인이 낮은 급식단가, 조리병과 급양관리 등 시스템 문제인데도 부실급식의 책임을 조달체계로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군 특성상 안정적이고 안전한 식자재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수급 불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수의계약의 장점은 철저히 무시하고 이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면 지역 농업인은 물론 군의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접경지역인 강화군, 옹진군, 김포시, 파주시, 연천군, 고양시, 양주시, 동두천시, 포천시,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 고성군, 춘천시 등 15개 시․군의 농업인들의 실망이 크다. 이들은 분단이후 70년 동안 지역개발규제, 재산가치 하락, 불편한 생활, 안전위험 노출 등의 어려움을 감내하며 군 장병에게 질 높고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하기 위해 농산물을 키워왔는데 이번 군납체계개선으로 판로를 잃게 생겼다.

국방부는 소(小)를 탐하다가 대(大)를 잃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쟁입찰 조달은 저가경쟁으로 이어져 저품질·수입 식재료가 다량 공급되고, 장병건강에도 해를 끼칠 것이다. 또 국내 농축산물 소비기반이 무너질 수 있고 전시에 대비한 안정적인 공급체계도 무너뜨릴 수 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2021년 전체 군 급식 조달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농축산물은 6,000억원(37%)에 이른다. 민간 유통시장 공급 증가에 따른 값 하락과 그에 따른 농촌경제 악화라는 2차 피해도 우려된다.

국방부 방침은 법적으로 다른 정책과도 충돌 된다.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을 군부대에 우선 납품하도록 명시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도 저촉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로컬푸드 농산물을 육성하는 등의 기존 농업정책과도 배치된다.

학교 급식도 농축산물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조달하고 있고, 관내 농산물을 우선 조달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론이 들끓는다고 기존 제도를 섣부르게 바꿀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현실 진단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젊은 장병들에게 건강한 식재료를 공급하는 것은 국방부의 의무다. 이제라도 접경지역 농업인들이 땀 흘려 생산한 국산 농축산물을 군 장병들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급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식량안보를 위해 노력해 온 농업인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정부의 노력을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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