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논단] 모노즈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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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모노즈쿠리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8.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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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모노즈쿠리(物作り)는 일본어로 장인정신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제품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뜻이다. 모노즈쿠리는 일본의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일본인 스스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무려 3만8,000개나 있고, 1000년을 자랑하는 기업도 7개나 있다. 대를 이어 가업을 잇게 하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아시아의 맹주로 인식될 만큼 과학기술이 뛰어나게 발달했다.

일찍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는 가업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계승 보존해 왔다. 그러나 일본의 부흥은 오래가지 못했다. 100년 동안 누리던 영화는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정체되거나 경쟁국에 밀려나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고집 때문이다.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세계 50대 기업 가운데 자동차 전자 선박 등 30여개나 차지하는 초일류 국가였다. 그러나 2020년 일본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전 세계 50대 글로벌 기업 가운데 일본의 기업은 단 1개만 포함돼 있다. 대신 그 자리에는 한국의 전자회사와 중국의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

고도의 기술과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일본인의 장인정신이 나쁘지도 않은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도 다양해지고 있다. 초소형 음향기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지만 사람들은 이미 그 보다 작은 디지털 기기를 선호하고 있다. 초대형 자장용량을 자랑하는 반도체와 컴퓨터 하드기술이 발달됐지만 사람들은 개개인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퍼스널 컴퓨터를 원하고 있다. 화소가 많고 화질이 선명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이 발달됐지만 사람들은 그보다 더 선명하고 편한 개인 휴대전화를 선호하고 있다.

시대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도 일본 기업은 과거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일본이 그렇게 자랑하던 전자제품은 한국의 전자회사에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긴지 오래됐으며 자동차 선박 등 다른 제조업도 한국과 중국에 밀리고 있다. 고난도 기술을 개발하고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으면 기업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21세기에는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져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선호하는 제품을 속도감 있게 개발해 판매하는 기업이 성공을 거두는 시대가 됐다.

지난달 23일 개막한 도쿄올림픽 폐막이 이제 이틀 남았다. 인류 역사상 2번이나 취소되거나 연기된 올림픽은 도쿄올림픽이 유일하다. 또한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무 관중 경기를 치른 것도 도쿄올림픽이다. 코로나19 정국에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이 부각된 이번 올림픽은 뒷말도 무성하다. 선수촌 숙소의 골판지 침대와 냉장고 세탁기가 없는 룸 등의 문제는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맞는가 할 정도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본의 국기라고 할 만큼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야구의 경기방식도 이해부족이다.

올림픽 경기는 보통 예선전을 치러 본선에 오른 팀이 토너먼트를 걸쳐 우승자를 확정한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는 경기방식을 두고 마니아들조차 의아해 한다. 준결승전에서 탈락한 팀이 다시 경기를 치러 결승에 오르도록 하는 방식은 스포츠 세계에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유일하게 야구에서만 적용되는 방식으로 야구 관계자들조차 의아해 한다. 일부에서는 개최국인 일본이 자국의 우승을 위해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이는 올림픽 정신의 훼손은 물론 다른 나라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돼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전 세계 220여개 국가 중 6개국만 야구종목에 출전했으며,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아예 출전을 하지 않았다. 아직 올림픽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일본은 자국 내 최정예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워 준결승전에서 한국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해 있다. 모노즈쿠리가 일본이 자랑하는 장인정신인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올림픽에서는 설명이 가능하고 이해가 가능한 경기방식이 필요하다.

이제 일주일 후면 광복절이다. 일본이 20세기 들어 대동아전쟁을 일으키고 한반도와 중국 동남아 등을 통치하려던 야망이 끝을 본 날이다. 일본은 이제 관료와 엘리트 중심의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주변국과 소통하고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했으면 한다. 도장과 서류 등 복잡한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면 느린 성장 동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다가오는 8월15일 패전 기념일에 맞춰 평화와 인류애를 상징하는 올림픽 정신처럼 변화하는 일본의 모습을 그려보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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