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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3] 거꾸로 읽게 만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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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3] 거꾸로 읽게 만든 정치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8.2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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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 시인(1942년생)
부산 출신으로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던 해인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

 
<함께 읽기> 한때 자살하는 사람들이 넘쳐났을 때 누군가가 한 이 말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자살’을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되니,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더라도 죽음을 택하기보다는 삶을 지키자는...

거꾸로 읽으면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가 꽤나 된다. ‘가출(家出)’을 ‘출가(出家)’로 읽으면 도를 닦겠다는, ‘입산금지(入山禁止)’도 거꾸로 읽으면 ‘지금산입(只今山入)’이 돼 지금 산에 들어감이 된다.

“하루가 길게 저물 때 / 세상이 거꾸로 돌아갈 때” 하루가 길게 느껴진다는 말은 그만큼 삶이 팍팍하다는 말이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말은 순리대로 흐르지 않고 개판이다는 말이다. 나쁜 놈들이 더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세상은 정말 거꾸로 돌아가는구나 하고 여기게 된다. “정치를 치정으로 정부를 부정으로 사설을 설사로” ‘정치(政治)’를 ‘치정(癡情)’으로 읽고 ‘정부(政府)’를 ‘부정(不正 또는 不淨)’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그런 정부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게다.

"거꾸로 읽다보면 / 하루를 물구나무섰다는 생각이 든다 / 내 속에 나도 모를 비명이 있는 거다" 거꾸로 된 세상은 거꾸로 읽는다고 해서, 물구나무선다고 해서 바른 세상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읽을 때마다 / 나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거꾸로 된 세상에서 거꾸로 보고 읽으면 직성이 풀려야 하건만 그렇지 않는 작금의 세상이다.

“나도 문득 / 어느 시인처럼 / 자유롭게 궤도를 이탈하고 싶었다” 더 상 나아질 희망이 없어보일 때, 그래서 포기했을 때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는 역설, 그 비틂의 절묘함에 찬탄보다 더 큰 아픔이 느껴진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은 거꾸로 읽는 말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순수성이란 말의 함축성은 '배려', '함께', '우리'와 같은 낱말이 '욕심', '이기', '교만'을 뛰어넘을 때 바른 세상이 오지 않을까?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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