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詩 44] 국민이 있어야 정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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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4] 국민이 있어야 정치가 있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9.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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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봉(1962년생)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희대 국문과 졸업. 1998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

<함께 읽기>변죽은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란 뜻을 가졌다. 사람으로 치면  시에서처럼 ‘저 변방의 농군이나 서생들’이 되고, 주연도 조연도 못 되는 흔해 빠진 장삼이사(張三李四)에 불과하다 하겠다.

‘변죽을 울리다’도 ‘바로 콕 집어 말하지 않고 둘러서 말을하다’란 뜻이며, 어떤 일을 큰 사건인 양 소개하다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흐지부지 끝났을 때도 사용한다. 'ㅇㅇㅇ 수사, 변죽만 울리다 끝나다'가 그 예가 되겠다. “변죽 있으므로 복판도 있다는 걸 / 당신에게 알려줘야겠군요” 삶의 무대엔 빛나는 주연이 있고, 조금 덜 빛나는 조연이 있지만 엑스트라 1, 2, 3, 4, 5...도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다 주연이 되기를 원하는 시대에서 보면 참 별 볼일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변죽 없는 그릇은 이미 그릇이 아니지요”란 말에서 보다시피 아무리 주연과 조연이 뛰어나도 엑스트라가 없으면 그 둘은 빛을 잃을게다. 변죽이 없다면 그릇에 물을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당신으로부터 가장 멀리 있는 / 변죽, 당신을 가장 당신답게 하는 / 변죽,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 변죽,” 변죽은 우리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변죽이 되어야 그 가치를 얻는 이가 많다.

소외된 세상에서 변죽은 변죽끼리 어울려 뭉치면 더 이상 변죽이 되지 않고 중심이 될 수도 있다. 역사를 움직인 존재는 빛나는 몇몇 위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같은 변죽들이었으니까. "변죽을 쳐도 울지 않는 복판을 가진 / 이 시대의 슬프고 아픈 변죽들을" 이 시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중심(정치)들은 더 이상 그 가치를 잃어버렸다. 변죽을 치면 중심이 소리내야 하건만 그들은 침묵할 뿐이다.

그런데 가장자리를, 변두리를, 끄트머리를, 언저리를 가볍게 여긴 그들이 오히려 슬퍼 보임은 필자의 생각일까? 혹 그대 스스로 변죽이라 여기신다면 보잘것없음이 아니라 진정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달아라고 시인은 넌지시 일러준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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