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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갈등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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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갈등공화국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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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김연식 논설실장

우리나라는 1945년 8월15일 해방과 동시에 미군정의 지휘를 받았다. 일본이 한반도에서 물러난 이후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 진주해 각각 남과 북을 통제했다. 해방은 됐으나 우리 스스로 정부수립 능력이 부족해 미국과 소련에 의존해야만 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땅에서 우리의 힘으로 나라도 세우지 못하는 민족이 됐으니까. 오죽했으면 38도선을 그어놓고 이념이 각각 다른 사람들로 정부를 구성했을까? 해방이전 독립운동은 공산주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국제코민테른이 제3세계 국가의 독립과 민족운동을 지원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당수 독립 운동가들은 공산주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향 때문에 아직도 독립 운동가들을 놓고 이념과 사상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한국이다. 대담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조그마한 꼬투리만 잡히면 친일이고, 공산주의자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한다. 남북한 단일정부가 수립되기 전 여운형 선생은 좌우합작위원회를 구성해 단일정부 수립을 추진했으나 양측 모두에게 공격을 당하다가 결국은 암살됐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갈등은 사상과 이념에서 시작돼 아직까지 좌우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25전쟁을 겪은 후 반공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우리정부는 좌파이념을 가진 인사들을 무조건 잡아들였다. 전쟁의 상처를 겪은 대다수 국민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좌익활동은 국가를 전복하고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군사독재정권에서 이루어진 사상에 대한 탄압은 정권연장을 위한 도구로 이용됐으며, 많은 민주 인사들이 좌익으로 몰려 감옥행을 가야만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는 그동안 억눌렸던 사상논쟁이 봇물처럼 터졌다. 물론 대부분은 민주화요구였지만 일부는 김일성을 찬양하는 친북 주사파도 있었다. 당시 운동권 내에서도 갈등을 보였던 친북 주사파 논쟁은 세월이 흘러 진보정권이 들어서면서 제도권에 완전하게 흡수됐다. 그들이 살아온 방식대로 국정을 운영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통치행위가 이루어지다 보니 갈등지수는 최고조에 달했다. 오죽했으면 남북갈등보다 남남갈등의 치유가 먼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우리나라의 갈등은 상당수가 정치적 목적으로 일어났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자유시장 경제와 사회주의 등 지식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사상논쟁에 휘말렸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갈등도 서서히 사라질 것으로 보였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이제는 진영논리로 완전히 양분됐다. 친 정권과 반 정권으로 나눠진 진영은 정치권은 물론 사법부 입법부 행정부는 물론 학계와 노동계 언론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대립과 갈등구조로 재편됐다. 최근에는 이것도 모자라 지역갈등, 세대갈등, 젠더갈등, 빈부갈등 등 틈만 나면 분열돼 서로 대립하는 모습이다. 이는 중앙정치권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지방에서도 극한 대립구조가 형성됐다.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당선자와 낙선자 등으로 나눠진 갈등은 지역사회에서 치유될 수 없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한 경제단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등 3개 분야 13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갈등지수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는 종합 3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말 그대로 갈등공화국이 됐다. 갈등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멕시코로 나타났으며 이스라엘이 2위를 했다. 멕시코의 경우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갈등이 일어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도 종교 성지지만 종교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이런 이유를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선진국의 경우 프랑스는 22위, 독일은 18위, 영국 8위, 미국 6위, 일본 5위 등으로 나타났다. 갈등은 어느 사회조직이나 당연히 발생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지도력과 통제력 또한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갈등관리지수에서 30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엄연한 민주사회이지만 갈등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정부의 능력은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는 한해 50만 건의 크고 작은 고소고발사건이 발생난다. 빈부와 이념 노사 지역 남녀갈등 등 수많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개인과 집단 간의 송사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걸핏하면 고소하고 고발하는 사태는 그만큼 양보와 이해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개인과 집단 중심의 사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이 많으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원칙과 정의를 통해 모든 것을 집행하는 행정기관과 사법부는 공정이 최우선이다. 효율적인 정부 운영으로 갈등지수를 줄이고 편향된 사고와 편향된 인사정책을 벗어나야만 혼란의 사회를 멈출 수 있다. 지금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의 대통령부터 시작해 줄줄이 감옥에 가는 이상한 구조는 사라져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청와대와 국회 사법부 등에서 우선 멈추고 화합의 길을 인도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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