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문제열의 窓] 책 한 권의 여유가 더욱 필요한 계절
상태바
[문제열의 窓] 책 한 권의 여유가 더욱 필요한 계절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22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가을이다. 들녘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황금물결을 이루고 길가에는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춤을 추고, 나무에서는 매미가 울어댄다. 유난히 더웠던 폭염도 끝나고 어느덧 선선해지는 아침, 저녁을 맞이하니 갑자기 책이 그리워진다. 가을이 주는 풍요 때문인가 마음도 여유롭다. 성리학의 대가 주자(朱子;1130~1200)는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후회한다고 타일렀지만 되돌아보면 후회할 일 중 하나가 바로 책을 읽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의 뛰어난 학자로 불리는 북송대 정치가 왕안석(王安石;1021~1086)은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 세계 부(富)의 90% 이상은 세계 인구의 약 0.1%가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근대 민주주의가 도래하기 전에 그 0.1%는 왕과 귀족이었다. 과거의 부자와 현대의 부자들이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고전 인문학'을 정독했다는 사실이다. 과거는 차치하더라도 근대사의 국내 재벌이었던 삼성그룹의 이병철, 현대그룹의 정주영, 대우건설의 김우중 회장 등은 잘 알려진 고전 인문학의 책벌레였다.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가 '셸비 데이비스(Shelby Davis;1994~1909)'는 그는 아들과 손자에게 “회계는 언제라도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 역사를 배우면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특별한 사람들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철학과 문학, 신학은 네가 투자를 하는데 더 없이 좋은 배경이 될 것이다. 투자에 성공하려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셸비 데이비스의 아들과 손자는 그 말을 충실하게 따랐고 그의 아들과 손자도 모두 월 스트리트의 전설이 되었다.

고전 인문학은 마치 색 바랜 고서(古書)나 낡은 학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너무도 가깝게 우리의 삶 속에 함께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문학이 바로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 참다운 인간으로 살아가는 도리와 근본, 교훈, 미래 등을 훌륭하게 담겨있는 보고(寶庫)가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사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에는 싫든 좋든 우리들 곁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인간학’이기도 하다. 이런 인문학의 근원은 독서를 통해 찾을 수 있다. 고전을 보면 '고인(故人)과의 대화'임과 동시에 과거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스승을 만나주게 하고 겸손하게 하며 밝은 미래를 설계해 준다.

독서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으로 생활에 편리를 제공해 준다. 또한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여 정신적 삶을 풍요롭게 한다.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계는 매우 제한적이다. 독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간접 경험하게 해 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폭넓은 수용의 태도를 길러 준다. 예컨대, 온갖 역경 속에서의 개인적 성취는 물론, 고독 속에서의 행복감이나 무소유 속의 넉넉함과 같은 경지는 독서와 사색을 통해서 가장 효과적으로 도달될 수 있다. 이처럼 독서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인류 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사회, 문화적 행위로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의 각종 영상 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독서 이외에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점점 책과 멀리 떨어져 지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카페문화 가 확산되면서 전국각지에서 독서를 병행한 북카페, 북다방, 아늑한 독서다락방 등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커피 한 잔이 주는 쉼과 온전히 자신을 위한 독서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하다.

늦은 가을밤 한 잔의 차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 갔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삶의 여유라고 생각한다. 이 가을 우리에게 독서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책 한 권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이 시기를 다 함께 이겨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