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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사월과 오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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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사월과 오월 사이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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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사월과 오월 사이
                 - 안혜경 作

 
어제는
나무들이 온몸을 흔들고 있었어
벚꽃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창문에 매달린 내게
기억의 사납고
세찬 파도 소리가 몰려왔어
숲 깊숙이
뒤흔들고 있는 불안감에
나뭇잎들은 바들거렸어
바람은 다시 살랑거렸지
바람 속에
끔직한 기억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어
날아가던 새가 기억에 부딛쳐 떨어졌지
잠잠해지지 않는 숲 위로 낮달이 떠 있었어
그런데
 
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을까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은 사물과 자신의 정신세계를 혼동하여 사물이 되었다가 그 사물이 자신이 되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동화될 때가 있다. 

무엇을 곰곰이 생각하지 않아도 의문을 느낄 새 없이 그러한 순간에 몰입하게 되는 것은 계절의 변화로 일어나는 자연적인 색깔조화에 원인이 있지만 스스로의 절망이나 원했던 것보다 더 크게 얻었을 때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다. 

멍 때리지 않아도 찾아드는 일종의 기억변환증이다. 
이것은 겪은 일이 사납고 불안할 때 자주 일어나고 저장된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할 때 불현듯 찾아온다. 

이럴 때 대부분은 우울함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증세가 심해지면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병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갑자기 찾아들지만 스스로가 이겨내기는 힘들어 주위의 충격이나 동행으로 치유를 해야 되고 치유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고독하다는 점만 의식 밖으로 꺼내어 그곳에 빠지게 된다. 

안혜경 시인은 그러한 현상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사월과 오월 사이는 알아차릴 수 없는 계절의 변화로 세밀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느끼지 못하는 환상 같은 때다. 

피는 꽃의 생태를 모른다면 달력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틈이다. 

그런 틈에서 자신의 기억이 풀어져 나와 사물과 어울린다. 창문을 열고 멍하니 밖을 보는 자신에게 사나운 기억이 몰아친 것이다. 

파도에 밀려드는 불안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흔들고 지나간 바람이 다시 회오리치는 바람 속에 의식하지 않은 거친 기억들이 난무한다. 

새를 떨어트릴 만큼의 충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 현상 속에 떠오른 낮달에게 구원을 요청하지만 대답이 없다. 이것이다. 시인은 우울을 한 편의 작품으로 승화시켜 완전히 풀어낸다.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자신을 구원한다. 
고독과 우울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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