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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지금 강원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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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지금 강원도는’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0.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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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2000년이 시작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정치권의 키워드도 많이 변해 개발 보다는 복지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에는 복지의 방향이 국민 누구에게나 돈을 주는 기본소득으로 흐르고 있다. 살만큼 살았다는 증거일까? 국토개발이 될 만큼 됐다는 것일까? 그렇기 때문에 국토개발은 뒤로 밀려나고 대선후보는 물론 여야 정치권마저 국민들에게 돈을 준다고 약속하는 것인가? 하지만 강원도 폐광지역의 사정은 다르다.

이곳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관심은 마치 제3세계의 어느 시골지역을 보는 듯하다. 이곳 사람들은 고속도로 하나 건설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수십 년 째 절규하고 있다. 서울에서 규정 속도로 달리면 3시간 이상 가야 도착하는 곳이 강원도 폐광지역이다. 고속도로 고속철 하나 없는 곳이다. 보수 대통령을 뽑아도, 진보 대통령을 뽑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관심 밖 지역이다. 지역출신 국회의원은 물론 단체장 지방의원 사회단체장 등이 수 없이 뛰어다녀도 고속도로 예산이 반영됐다는 소리는 없다.

강원도 태백 삼척 영월 정선지역의 현주소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근대화의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석탄산업의 메카로 한 때 우리나라의 발전소는 물론 국민들의 안방을 따뜻하게 해 준 지역이다. 이런 지역이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인구는 반 토막이 아니라 30%대로 떨어졌으며 다시 일어날 희망마저 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폐광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고속도로 건설을 수십 년 째 방관만 하고 있다. 이유는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해 50조원에 달하는 재난지원금 등은 여야 모두 주저함 없이 뿌리고 있으나 5조원이 채 안 되는 고속도로 건설비용은 꿈쩍도 않고 있다.

강원도의 인구가 전국 인구의 3%에 불과하고 폐광지역 전체인구가 17만 여명에 그치고 있어 선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인가? 수도권과 영남 호남 충청권 등은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촘촘히 그려져 있다. 하지만 강원남부와 경북북부 등 인구가 적은 지역은 휑한 상태로 오지중의 오지로 남아있다. 이 지역주민들이 궐기대회를 하고 서명부를 작성하는 등 그렇게 노력해도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안개속이다. 아마 영남과 호남 충청권에서 이 정도의 노력을 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사업을 추진하는 정치권도, 사업비를 반영하는 정부도 누구 하나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가능한 일인데 그냥 한 세월만 보내고 있다.

동서 6축인 제천~삼척 간 동서고속도로는 1997년 착공해 2015년 평택~제천구간 127km만 완공됐다. 제천~삼척 간 123km는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에 반영되어 있지만 말 그대로 계획에 불과하다.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은 10년 단위로 재구성하며, 도로분야 최상의 법정계획으로 정부 도로정책의 기본목표와 추진방향을 담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가도로망 종합계획에 반영하고 있지만 준공은 물론 착공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겨우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제천~영월 구간 29km가 2031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천~영월구간은 올해부터 설계에 들어가 2025년 착공할 계획이지만 예산반영 여부에 따라 준공연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상황이 이러한데  3조6,000억 원이 소요되는 영월~삼척구간 고속도로는 예비타당성이 언제 통과될지 알 수도 없고,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몇 번이나 유보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의 관행으로 볼 때 예비타당성에 의존할 사업이 아니라 정치권의 관심지역으로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영호남과 충청권은 이제 고속도로 건설보다는 고속철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

폐광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의 나라 선진국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번 대선이 끝나면 우리나라는 선택적 복지에서 국민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는 보편적 복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는 국민에게 돈 몇 십만 원을 준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사회적 기본 인프라는 공유할 수 있어야만 복지의 가치를 논할 수 있다. 국토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시설이 공존하지 않은 국가 시스템에서 개인에게 지급되는 소액의 돈으로 복지를 평가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도로개설과 철도건설 등 교통인프라 확충 요구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정치권은 말로만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외칠 것이 아니라 이런 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기본소득도 중요하겠지만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의 교통인프라 확충을 국민복지 차원에서 추진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시행해온 예비타당성의 논리로 접근하면 폐광지역은 영원한 오지로 남을 것이고, 도시소멸의 영순위가 될 것이다. 바로 강원도의 현실이다.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복지논쟁은 잠시 중단하고, 사회시스템의 평등과 국토개발 차원에서 강원도 폐광지역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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