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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3] 이낙연이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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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73] 이낙연이 사는 길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10.13 15: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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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신사정치인 이낙연’이 사는 유일한 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재창출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 그의 운이 다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내일의 끈이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은 화투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실력 못지않게 운이 따라줘야 하고 정치판도 예외는 아니다. 어찌 보면 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의 한 명인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王(왕)’자를 쓰고 다였던 것도 주술적 운을 믿었기 때문이다.

경선에 패한 이낙연 전 대표도 아마 운칠기삼을 절감하고 있을 테다. 이 전 대표가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떨어진 것도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운이 거기까지 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시대 운이 이 전 대표보다 더 좋았을 뿐이다. 가정이지만 3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경선이 좀 더 연장됐다면 반전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하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이번 이 전 대표의 낙선도 그렇다. 열심히 했지만 운이 부족했던 것이다. 어찌보면 이 전 대표가 4선의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당 대표까지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본인의 노력이나 실력보다 운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이 지사의 승리로 끝난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선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서를 당에 제출한 것은 자유다. 하지만 집권당 대선 주자가, 그것도 국무총리와 당 대표를 지낸 인사가 사실상 경선 불복에 나선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경선불복의 이유도 본인과 지지자들의 아전인수식 해석일뿐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전 대표 측은 경선 때 중도사퇴한 후보들이 얻은 표를 무효표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이 지사 득표율이 49.32%로 절반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근거로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된 특별당규 59조를 들고 있다.

후보가 사퇴한 뒤에도 지지표가 나올 경우 무효표로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지, 사퇴 전 정상적으로 치른 순회 경선에서 얻은 표까지 무효표에 포함 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규정에 대해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지난달 중순 ‘사퇴한 후보자의 기존 득표도 무효표로 처리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관위 결정이 잘못됐다면 당시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 심판의 오심이 있다면 경기중에 재심을 요구했어야 한다. 당시만 해도 이 지사와의 득표 차가 워낙 커서 구태여 선관위 해석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가 지난 10일 최종 경선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오자 뒤늦게 상황을 뒤집어보겠다는 유치함으로 보일 뿐이다. 중도 사퇴한 주자들도 이미 “4기 민주당 정부를 향해 함께 나아갈 때”(정세균 전 총리)라거나, “이 전 대표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김두관 의원)며 사실상 이 지사의 지지를 밝힌 상황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가 취할 행동은 분명해진다. 속히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일이다. 그게 당은 물론, 본인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이다.

이 전 대표는 ‘신사 정치인’으로 통했던 정치인이다. 성급하지 않은 판단, 조용 조용한 어투 등 일부에서는 그런 모습을 기회주의적이라고 비난했지만 국민들은 그에게서 ‘신사’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낙선 이후의 처신도 신사여야 한다. 아쉬움을 짐작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당규 문구의 해석에 의지해가며 신사가 정반대의 이미지를 입어서는 안된다.  

이 전 대표는 측근들과 지지자들이 아전인수식 당규 해석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어떤 것이 사는 길이고 죽는 길인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원팀 정신은 개개인의 유불리가 아니라”라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나아가 “불복이란 없다”며 “선대위원장도 맡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위해서라도, 이 땅의 비정상적인 정치판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원팀’과 ‘불복 없음’이 자신의 승리를 전제로 한 말은 아니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신사정치인 이낙연’이 사는 유일한 길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대위원장’을 맡아 정권재창출을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 그의 운이 다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내일의 끈이다. 이 전 대표의 결단을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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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팀 2021-10-13 15:49:38
지금 민주세력이 모든 힘을 모아서 정권 재창출에 힘써도 가능할까 말까인데 이렇게 분열되어 있으면 결국 2008년 대선을 반복하게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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