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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오징어게임’ 돌풍과 퇴직금 5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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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오징어게임’ 돌풍과 퇴직금 50억원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10.1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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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오징어게임’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전세계 83개 국가 전체에서 시청율 1위라는 놀라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넷플릭스가 들어가지 않는 중국에서도 오징어게임 해시태그(#) 누적 조회수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무려 16억 건을 넘었고 발견된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만도 60여개나 된다고 하니 세계적 열풍을 짐작하게 한다.

벌써 오징어게임 시즌2를 기대하는 사람도 많은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진행과정도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아 추천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빚에 시달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456명이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모여 우승상금 456억원을 놓고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드라마이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이 즐겨하던 ‘오징어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등 총 6개의 게임을 통과해야 하며 매 게임마다 탈락 또는 참여거부나 이탈시 총살당한다. 생존자들은 ‘보고도 믿기 힘든 경악과 공포의 살육현장’을 목격하면서도 상금 때문에 게임을 계속 진행하여 최종 1명을 제외하고는 다 죽는다. 상금을 차지한 유일한 생존자는 죽은 사람의 목숨값을 차마 쓰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상대를 죽여야만 살아남는 서바이벌 게임을 다룬 영화들이 적지 않다. 상금을 차지하거나 독재자들의 괴롭힘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신체훼손, 관문 통과 등 그 내용들은 다양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오징어게임’이 이전의 생존 게임 영화와 다른 획기적 접근으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오징어게임은 10여 년 전에 상영된 ‘10억’처럼 돈이 걸린 생존 게임이지만 참가자 수와 상금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빚에 쫓기는 456명의 사람들이 서바이벌 게임에 뛰어든다. 456억원의 상금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없는 법. 이들은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내건다. 죽음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막막한 현실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이정재가 연기한 주인공 기훈은 이렇게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의 대표적 역할이다.

넷플릭스에서 9부작 드라마(편당 60분)로 만든 것인데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한 번씩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 콘텐츠 중 83개국에서 1위에 오른 건 오징어게임이 처음이다.지난달 17일 공개 후 전 세계에서 8200만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의 사상 최대 히트작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세계 대중문화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 말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 방탄소년단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보이밴드로 통한다. 지난해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고, 올해 시상식에서는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도 어찌 보면 거대한 게임장이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지만 우리는 미처 그것을 알지 못한다. 막상 주어지면 대처하는 상황이다.그러다 보니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포기하고 쓰러지기 일쑤다. 우리는 오징어 게임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처음에는 많은 침대로 인해 보이지 않지만 사실 벽에는 앞으로 해야 할 게임이 그려져 있다.

그것만 유심히 살폈어도 앞으로 내게 어떤 게임이 주어질지 알 수 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영역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때로는 삶에 너무 휩쓸리지 말고 세상을 관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숲은 멀리 있을 때 보이는 법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힘들다면 잠시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오징어 게임은 극단이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다. 삶이 사람의 목숨을 쉽게 끊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또다른 기회를 만들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에는 단 한번의 기회만 있지만 사실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위기와 함께 기회도 연결돼 있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라는 단편적인 기호에 몰입되지 말자. 피곤하면 한 숨 자고 넘어지면 쉬었다 가자. 이 좋은 가을날.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성남 대장동을 오징어게임과 연결시킨 건 퇴직금 50억원을 받았다는 전 화천대유 직원 곽병채 씨였다. 거액의 퇴직금 논란과 관련해 자신은 오징어게임의 ‘말’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을 뿐이라고. 그는 성과금과 위로금을 합한 액수라고 밝혔지만 50억 퇴직금은 우리나라 퇴직금 순위 10위 안에 드는 수준이다. 6년간 근무한 직원 곽병채가 ‘말’이었다면 이 판을 움직인 실세 VIP는 누구일까?

정책을 만들어가는 정치권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일이다. MZ세대가 오징어게임에 내몰리고 특혜와 이권으로 야합한 깐부들이 헤죽헤죽 느끼하게 웃는 사회는 내일이 없다. 깐부는 딱 게임에서 이길 때까지만 성립한다는 게 함정이다. 거대한 머니게임에서 ‘깐부’를 맺었던 대장동 패밀리들, 게임이 끝나고 막대한 돈을 벌면서부터 폭로와 배신이 난무하는 듯 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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