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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한 여름 밤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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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한 여름 밤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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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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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한 여름 밤의 단상. 2
                    - 이필우 作

그립다는 건
외로움의 껍질일까 알맹일까
 
사랑한다는 건
미움의 본질일까 종말일까
 
속절없이 나이 먹어
일상을 허둥대고 나면
거울 속에 빛바랜 나이테만 쌓여가고
스쳐가는 시간 속에서도
언뜻 언뜻
그리움의 불꽃이 일어난다
 
사무치게 설레는 그리움
한여름 밤 별빛으로 식혀보지만
영혼 깊숙이 피어오르는 사랑의 영상
깊은 어둠에 펼쳐진다
 
그립다는 건
사랑의 알맹이
 
사랑한다는 건
그리움의 본질인가 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동물의 약육강식 법칙에는 반드시 천적이 존재하며 식물의 생존방식에도 햇빛과 그늘의 영역을 만들어 다른 식물의 생존을 막는다. 

사람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인 영역이 존재하여 마음 속 깊숙이 품은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함께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도 막연한 감정의 공감을 원한다. 
신체의 접촉이 이뤄지기 전에 마음의 접촉은 시작되고 신체와 마음이 하나가 되었을 때 통합의 영역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정신이 먼저 닿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우리는 그것을 그리움이라 부르며 너무 과하면 외로움이 되고 더 나가면 우울증을 앓게 된다. 

이것에는 남녀노소가 없어 신체가 노화되었어도 정신만은 더 뚜렷이 기억하며 그 고통은 본인만 아는 것이지만 대부분이 겪기 때문에 동병상련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당사자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아무도 간섭하지 못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이필우 시인은 한여름 밤에 그리움의 병마와 싸우며 왜 그리움이 일어나 고통의 시간이 되는 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립다는 것은 외로움의 껍질일까, 알맹일까. 
그리움의 원천인 사랑은 미움의 본질일까 종말일까를 반복하며 젊은 시절의 회상으로 열대야를 견딘다. 

불꽃같던 청춘은 이미 지났고 몸과 마음이 피곤한 황혼기에 불현듯 일어나는 그리움을 밤하늘의 별빛에 비춰보지만 어둠에 펼쳐지는 지난 사랑의 영상은 혼자만의 착각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그러다가 그립다는 건 사랑의 알맹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고 사랑이야 말로 그리움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삶의 희망이 강할수록 그만큼의 그리움이 쌓이고 희망이 없다면 그리움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인의 아름다운 늙음이 부럽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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