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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침묵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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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침묵하는 대통령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0.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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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방소멸위기도 점차 가속도를 내고 있다. 인구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지방의 현실은 뚜렷한 탈출구가 없는 가운데 속수무책이다.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위해 세제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기업은 여전히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정책 또한 셋째 아이에게 수백만 원의 출산지원금과 교육비 임대아파트보증금 등의 혜택을 주지만 해결책은 멀어지고 있다. 뚜렷한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심각한 사회문제는 물론 국가위기까지 초래된다.

인구감소는 생산력 저하로 사회전반에 걸쳐 경쟁력이 떨어지고 지역발전을 후퇴시키거나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미래 세대들의 사회적 부담을 가중시켜 희망마저 앗아가고 있다. 정치지도자들의 지나친 권력욕으로 지방소멸은 물론 국가위기론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다. 일단 당선만 되고 보자는 권력지상주의가 한국정치의 현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노동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집단이기주의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도덕적 양심마저 사라지는 폐해가 정치권 깊숙이 박혀 있다. 그래도 선거는 치러지고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의 단맛에 취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썩어가고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국민 세금으로 고액의 월급을 받고 내 편인 사람을 곳곳에 심어 윤택한 생활을 향유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좀 부족하고, 전문성이 없어도 고위직에 취업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권력층에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 기생하며 정부의 녹을 먹고 사는 일부는 일반 서민들이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20~30억 원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겉으로는 서민경제 활성화와 소외된 자들을 위한 복지정책에 주력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1억 원이 넘는 연봉과 2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니 무슨 걱정이 되겠는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30여 차례에 가까운 부동산 정책이 모두 실패해도 개인적으로는 걱정 하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집값이 오르는데 속으로는 쾌재를 부를 것이다. 기득권층이 말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마음은 듣기 좋은 노래일 뿐이다. 서민과 청년들은 허탈감이 가득하고 숨소리는 지쳐갈 뿐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누구 하나 개인적으로 어루 만져주는 사람이 없다. 그저 말로는 걱정하고 청년들과 서민들을 위한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말로는 무엇을 못하겠는가? 기본소득 50만원이 아니라 500만원도 줄 수 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이 600조원이 넘는데 그 이상도 못 줄 일은 없다. 세치 혀로는 다 할 수 있는 것이 말이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돈보다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로 나가 있는 한국기업을 국내로 귀환하고 강성노조가 차지하고 있는 고임금 시스템을 개선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부자들의 돈을 뺏어 나누어주는 것이 평등이 아니다.

평등은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주어져야 한다. 대통령선거를 도왔다고, 도지사 선거를 도왔다고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것이 평등인가? 권력이 바뀌었다고 주변 사람들을 장차관에 앉히는 것도 모자라 엄연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법부까지 ‘내편 네편’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공정한 재판과 수사는 누가 해야 하는가? 국민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 재판도 수사도 중립이 없는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인가? 입법 사법 행정이 분명하게 분리돼 있는 대한민국이 어쩌다가 대통령의 절대 권력 휘하로 3권이 예속돼 있는가? 이래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숫자로 하는 민주주의는 퇴행된 사회를 낳는다. 토론과 타협을 거친 합의의 민주주의가 최선의 방법이다. 광화문에 강성노조가 많이 모이고, 국회에 특정 정당이 많이 선출된다고 해서 숫자놀음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침묵하는 많은 국민이 있다. 그들도 보살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자는 이미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이다. 더 큰 승리를 하려면 싸움에서 진 상대편을 보듬어 주고 끌어안아야 진정한 승리자다.

대통령선거가 이제 4개월여 남았다. 민주당은 이미 후보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그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당내 후보를 선출했다. 국민의 힘은 다음달 5일 후보자를 확정한다. 4명의 후보자가 전국을 순회하며 토론과 당원투표 과정을 거친다. 이변이 없는 한 차기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1명과 국민의 힘 후보 4명 중에 1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정의당과 국민의 당 등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도 출마할 것으로 보여 대통령 후보자는 10여명 안팎이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제발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통합의 정치를 하길 바란다. 다수의 국민들이 침묵한다고 그들에게 침묵하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말없는 그들을 위해 행동하는 양심이 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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