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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냉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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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의 나물이야기] 냉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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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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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냉이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대표적 나물이다. 자칫 식욕이 떨어지기 쉬운 이른 봄 냉이 나물과 보글보글 끊는 냉이된장국은 우리의 입맛을 돋워주고 춘곤증까지 예방해 준다.

냉이를 옛말에는 ‘나시’라 했는데 지방에 따라 충청도에서는 나상이, 경상도에서는 난생이, 전라도에서는 나상구, 평안도에서는 냉이, 황해도에서는 내이 등으로 불렸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냉이를 ‘땅에서 나는 쌀 같은 중요한 야채’라며 ‘지미채(地米菜)’, ‘생명을 보호하는 풀’이라며 ‘호생초(護生草)’라 한다.

냉이의 원산지는 소아시아와 동유럽으로 추정되나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유럽에서는 어린 냉이 잎을 샐러드로 먹거나 음식의 향을 돋우는 허브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약용으로 쓴다. 지금도 중국 북방에서는 봄이면 냉이를 캐어다 만두를 빚어 먹는다. 일본에서는 1월 7일에 냉이를 포함한 일곱 가지 채소를 넣은 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우리나라는 들판이나 논둑, 밭에서 어디에서나 냉이를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분포돼 있다. 최근에는 밭이나 시설재배가 늘면서 사시사철 냉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른 봄에 야생에서 나오는 냉이가 향과 맛이 좋다.

꼭 봄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추운 겨울인 1월과 2월이 냉이의 맛과 향, 영양이 가장 높은 시기다. 겨울이 추울수록 뿌리에서 나는 냉이 특유의 향이 더 강해지는 특징과 영양분을 듬뿍 담고 있다. 충남 서산, 태안, 홍성, 전남 보성 등지가 냉이주산지이며 농가의 중요한 소득원이 되고 있다.

냉이는 단백질 성분, 비타민 A, B1, C, 칼슘, 칼륨, 인, 철 등이 풍부해 원기를 돋우고, 피로 회복 및 춘곤증 예방에 좋다. 지혈과 산후출혈 등에 처방하는 약재로 사용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냉이는‘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피를 잘 돌게 하고, 눈을 맑게 해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상들은 눈이 붓고 침침할 때 냉이 뿌리를 찧어 만든 즙을 안약으로 사용했다고 할 정도이다.

냉이를 고를 때는 잎과 줄기가 작고 부드럽고 어린 것이 맛있다. 냉이 특유의 향을 내는 뿌리는 너무 단단하지 않고, 잔털이 적은 것을 골라야 한다. 신선한 냉이는 뿌리가 곧고 희며 잘랐을 때 단면에 수분감이 느껴진다. 잎은 선명하고 진한 녹색이며, 시든 것이 없고 모양이 바른 것이 좋다.

냉이는 생명력이 매우강해 환경이 취약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대로변이나 공원, 골프장이나 과수원 주변 등에서 채취한 냉이에는 위해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먹으면 안 된다.

냉이는 흐르는 물에 잘 씻어 흙을 제거한 뒤 냉이의 잔뿌리를 제거한다. 냉이는 뿌리와 잎을 통째로 사용하므로 깨끗한 손질이 필요한데, 뿌리와 잎 사이의 거뭇한 부분을 제거해준다. 그 후 시든 잎을 떼어내고 30분 정도 물에 담가둔다. 물에 젖은 흙이 가라앉으면 물을 버려내고, 흐르는 물에 헹궈서 마무리하면 깨끗하게 냉이를 손질할 수 있다.

냉이는 바로 캐거나 구입 즉시 요리해 먹는 것이 가장 좋은데 냉장고에 보관할 때는 흙 묻은 상태에서 키친타올로 잘 싸서 비닐 팩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 풍미와 영양은 다소 감소하지만, 데친 것을 썰어 냉동 보관해 두었다가 찌개에 넣어도 향미를 느낄 수 있다.

냉이는 된장국에 넣으면 된장의 강한 풍미에 산뜻한 향을 더해주기 때문에 일반적인 된장국, 된장찌개에 비해서 매번 먹을 때마다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이른 봄에 캔 냉이로 국을 끓일 때는 냉이 뿌리를 넣고 끓여야 더 맛이 좋은데 이는 냉이가 겨우내 대부분 영양소를 뿌리에 저장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냉이밥, 비빔밥에도 넣고 부침개에도 넣기도 한다. 라면에 한 움큼 넣어서 끓여먹어도 맛있다. 된장에 무쳐 나물 요리로 먹어도 별미다. 한편 냉이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날콩가루와 함께 조리하면 영양이 우수한 음식이 된다. 이렇듯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재료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냉이 생각을 하니 봄이 더 그리워진다. 겨우내 흙 속에 녹지 않은 땅을 비집고 나온 냉이의 산뜻한 향과 맛을 생각하며 봄을 기다려본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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